‘백두산은 우리 땅’

“아득한 옛날, 하느님의 작은 아들 환웅께서 인간세계에 내려가고자 하여 하계를 두루 살펴, 태백(백두산)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만한 곳으로 여기시어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고 내려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나오는 고기(古記)기록의 한 대목이다.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 이에 유래했다.

이처럼 단군의 개국신화가 깃든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중국 영토로 휘말리어 통분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백두산을 자기네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을 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기염을 토한 한국의 낭자군이 백두산 빙상 세리머니를 벌인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여자 3000m 계주 시상대에서 네 명의 선수가 ‘백두산은 우리땅’이라고 쓴 A4용지를 두손 높이 나란히 펼쳐보여 한국응원단의 큰 박수를 받았던 것이다.

이에 이튿날 대회조직위원회측이 정치적이란 이유를 들어 우리측에 항의, 한국선수단으로부터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나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일단락 지었다. 낭자군의 일원으로 전해진 전지수 선수의 말은 이렇다. “개막식 때 중국 사람들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하는 걸 보고 화가 난 데다, 경기 때마다 중국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 심해 항의하는 뜻으로 세리머니를 벌였다”는 것이다.

백두산의 중국화는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이다. 고구려, 발해를 자기네 지방정권으로 우기는 역사 침탈 뿐만이 아니라, 현실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화 획책을 노골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걸핏하면 민족자주를 내세우는 이 정부나 민족주체를 금과옥조로 삼는 평양측이나 모두 중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신사대주의에 젖어 이의 제기는커녕 찍소리도 못하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백두산의 중국화는 1962년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가진 북·중국경선 비밀협상에서 중국의용군(중공군)의 6·25 참전 대가로 백두산과 천지의 절반을 중국에 할양한 것이 단초가 되어 지금과 같은 말썽을 빚고 있다. 이러고 보니 언론에 보도된 우리 낭자군의 빙상 세리머니 사진이 더욱 자랑스럽게 보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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