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사극(史劇)

고구려 등 국내 지상파 방송의 북방사극에 중국의 조야가 꽤나 과민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주몽’을 비난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성화가 인터넷에 넘치는 모양이다. ‘한족(韓族·고구려)은 선량하고 한족(漢族·한나라)은 잔혹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몽’은 홍콩의 ATV(아주전시·亞洲電視)에서 방영하는데 광둥(廣東)·후난(湖南)성 등 중국 남부지역까지 방영된다.

중국 당국이 한류에 갖는 관심도는 상상보다 높다. MBC가 오는 9월부터 방영하는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는 광개토대왕(374~413 재위 391~413)을 소재로 하는 사극으로 배용준이 주연을 맡는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이의 보도 통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개토대왕은 강력한 북방정책으로 고구려 영토를 만주 전역에 넓힌 분이다. 만주 통구(通構)에 있는 높이 6.27m의 광개토대왕비는 그 분의 아들인 장수왕이 414년에 세운 것으로 대왕 치세의 위대한 업적이 새겨져 있다. 중국의 보도 통제령은 영토 등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이 사극은 제작비가 45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미루어 스펙터클한 작품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텔레비전 사극이 조선왕조 당쟁의 궁중암투 등 만을 과장되게 조명하다가 북방사극으로 눈을 돌린 것은 잘한 일이다. 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광활한 만주 벌판을 무대로 떨치는 ‘주몽’ ‘대조영’ ‘연개소문’ 등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꽤나 끌고 있다. 우리로서는 실로 장쾌하지만 중국인들이 자존심 상할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어 황당하다. 역시 왜곡은 고구려, 발해사를 자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억지 부리는 중국이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례를 든다. 당(唐) 태종 이세민의 30만 대군을 맞아 60여일에 걸친 격전을 벌인 양만춘이 화살로 태종의 한쪽 눈을 쏘아 맞혀 패퇴시킨 안시성싸움이 있었던 게 644년 6월이다. 이런 전투는 고구려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싸움이다. 국가 대 국가의 전투였기 때문에 서로가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보이는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의 강세, 즉 한류는 대중문화다. 대중문화를 통한 중국의 역사 침탈 제압이 비록 외교나 학문적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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