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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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복은 1886년 이화학당에서 4명의 여학생들에게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도록 한 것이 시초다. 남자는 1898년 배재학당에서 당복(堂服)을 입힌 것이 처음이다. 이후 학교는 설립이념 등을 상징하는 교복을 입도록 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교복의 논란은 1969년 문교부가 중학교의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교복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을 수용,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시·도별로 통일시킬 것을 지시했고, 현재 유형의 교복이 정착됐다. 하지만 민주화 바람을 타고 “교복이 일본문화 잔재이며 학생들의 개성을 말살하는 군사적 문화”라는 지적이 잇따라 1982년 교복 및 두발 자유화 조치가 내려졌다. 이듬해인 1983년부터 학교에서 교복을 입지 않도록 함에 따라 교복은 ‘박물관’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교복은 불과 3년 뒤 ‘부활’했다. 교복 자율화 조치 이후 1980년대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옷값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일부 학생들의 탈선이 커지기도 했다. 1986년 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을 다시 입도록 했고, 현재 중·고등학교의 90% 이상이 교복착용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 교복이 또 문제가 된 것은 교복값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교복 한 벌 값이 고급은 70만원대, 보급형 일반 교복도 보통 25만원이라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성인들의 양복 한벌 값이다. 학부모들이 “대기업의 교복값 거품을 빼고, 교복을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입학식 때 착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구, ‘5월 교복 착용’을 결정한 학교들이 늘어났다. 학생들은 3월에 입학한 뒤 일상복을 입고 다니다가 5월 중순부터 교복(하복)을 착용하는 이른바 ‘반쪽 자율화’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도교육청이 고가 교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신입생 교복착용 시기를 늦추라는 지침을 통보했으나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3월 2일 입학식부터 교복을 입도록 해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는 것으로 보도됐다.

“입학과 함께 학생들이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통일감을 갖고 학칙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학식부터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통일감은 좋지만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려면 착용시기를 늦춰 공동구매를 해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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