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나들이는 으레 관직, 그도 높은 벼슬아치들이나 공무로 가능했다. 일반 국민은 돈 많은 대기업주나 외국을 드나들고, 그러니까 서민들은 아예 꿈도 못 꾸었다. 어쩌다가 서민층이 외국을 나가려면 까다롭기가 한량 없었다. 신원조회다 뭐다하여 걸리는 게 많았다. 신원조회도 보통이 아니고 거미줄망 조회였다. 나가서 안들어올 사람인가 싶어 그랬다. 외국 나가서 간첩질 할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것도 따졌다. 뭣보다 그땐 서민층 대부분은 돈이 없어 외국 나들이는 꿈도 못 꾸었다. 1960년대까지 이랬다. 아마 지금의 북녘 땅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1970년대 산업화시대 들어 사는 형편이 펴지면서 외국 나들이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웬만한 사람치고는 여권을 안지닌 사람이 없다. 그런데 지지대子는 여권이 없다. “왜 여권이 없냐”고 이상하게 묻는 이도 있지만 아무튼 없다.
해외여행의 자유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외국을, 그도 한 두번도 아닐만큼 많이 다녀왔다. 아무리 많이 다녀와도 지구는 넓다. 더 나가보고 싶겠지만 넓은 지구를 다 다녀 보려면 한량이 없다. 이런데도 외국 여행은 줄을 잇는다. 지난 설무렵에는 비행기표가 동이나 표를 못구해 발을 동동거리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여행수지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간다. 수출해서 벌어들인 달러를 외국 여행으로 날리는 판이다. 그래도 자기돈 가지고 외국 나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명분없는 나들이로 욕먹을 위인들이 적잖다.
남의 돈으로 외국 나간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들도 이에 속한다. 다 그럴듯한 구실을 붙이지만 제돈 안드니까 나가는 외국여행이 꽤나 많다. 노무현 대통령도 외국 나들이를 즐긴다. 대통령 취임후 24차례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다 해외순방 횟수 기록을 보유한다. 순방 비용은 약 600억원이 쓰였다.
남의 돈으로 외국 나가도 아주 못된 유형이 또 있다. 주민지원기금을 외국여행 경비로 가로챈 경우다. 폐기물 소각장 주민에 지원되는 지원기금 4억2천여만원을 빼내어 공무원, 시의원, 교수, 주민지원협의체위원 등이 해외 여행 경비로 유용한 것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와 관련된 부천시청 직원 등 24명을 불구속기소하거나 약식기소했다.
이젠 웬만하면 외국 나들이쯤 시들할만도한데, 아직도 기를 쓰고 주민지원금까지 끌어다 써가며 나가는 판이다. 국내 여행도 가볼만한 곳이 많다. 낯 설고 물 설은 외국 땅보다 고생않고 편히 감상할만한 유적지며 산천경개가 얼마든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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