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조인

여성의 각계 전문직 진출이 눈부시다. 금녀의 사회적 장벽은 완전히 무너졌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여성 전투기 편대장 박지연 대위(28·공사 49기), 떡대같은 편대 남성 조종사 네 명을 지휘한 전투 훈련비행을 마치고 미소지으며 활주로에 선 보도사진 속 모습이 당당하다.

사법·행정·외무고시 등 국가고시의 여성합격 비율 또한 남성못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수석합격은 으레 여성이다. 법조계의 여성진출 역시 두드러져 간다.

지난 21일 대법원에서 가진 신임판사, 예비판사 등 판사 임명식에서는 모두 187명 가운데 104명(56%)이 여성이었다. 현재 사법부 여성판사 비율 20%가 과반수에 이를 날이 과히 멀지않다. 법무부가 23일 임관한 올 신임 검사 92명 가운덴 여성이 42명(46%)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 14%인 여성검사 비율 또한 해마다 늘어갈 것이다.

법조계에는 재조의 여성 판·검사만이 아니고 재야의 여성변호사들도 많고 이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 최초의 여성 법조인 탄생은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갖는 1950년대 초로 돌아간다. 1952년 당시 네 자녀의 어머니인 이태영씨가 설흔여덟의 나이로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당시 자유당 정권에서 부군되는 정일형 박사가 정치인으로 야당 활동을 하는 바람에 판사나 검사 임관을 받지못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이 바로 이태영 변호사, 정일형 박사의 아들이다.

여성판사 1호는 1953년 제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판사 시보를 거쳐 이듬해 서울지법에 발령된 황윤석 판사다. 황 판사는 1960년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여성법률가회의에 참석, 여성문제연구회 실행위원에 피선되는 등 나라 안팎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아까운 설흔두살 나이로 요절했다. 이태영 변호사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세계여자변호사회 부회장, 국제법률가위원회(ICJ) 부회장 등으로 여권 신장을 위한 사회활동을 하며 많은 기여를 남기고 천수를 다했다. 그러니까 한국 여성 법조인의 원조는 재야의 이태영 변호사가 꼽히고, 재조로는 황윤석 판사가 꼽힌다.

여성 판·검사가 보편화된 오늘날 법정에서의 이들 모습 또한 전투기 여성 편대장과 마찬가지로 당당하다. 남성을 능가하는 심오한 활동을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