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의 유령

사행성도박 ‘바다이야기’는 조 단위 몇 개를 헤아릴만큼 큰 사회적 폐해를 가져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이 그토록 될 때까지) 개도 안 짖었다”고 개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개월동안 검사 18명 등 100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가동시켰다.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218곳을 수사했다. 압수된 관련자료가 타이탄 트럭으로 30대 분량에 이른다.

그러나 검찰은 의혹의 실체는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153명을 사법처리했다고 하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법처리된 사람들도 대부분이 가지조차 못되는 곁가지 정도다.

수사 대상에 올랐던 청와대 인사나,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전직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면죄부를 확인받은 셈이다. 상품권 업체, 게임기 제조업체,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정·관계 로비는 결국 없었던 걸로 수사는 끝났다.

게임기 업자로부터 법령 개정을 잘 보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았다는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이 특가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이 가장 높은 로비 배후의 고위직이다.

“정책 판단의 잘못은 있었으나 고의는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이지만, 예컨대 게임기 업자만 해도 법령 개정 로비가 김재홍 의원 선에서 끝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회통념이다.

패가망신한 사행성 도박자, 점포주 역시 막차 개업으로 송두리 째 망한 숱한 ‘바다이야기’ 폐해가 뒷배없이 단순히 정책 판단의 잘못으로 생겼다는 것을 곧이 들을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다.

‘태산 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바다이야기’ 수사가 이 모양인 것은 괜찮은 것으로 믿었던 검찰의 수사 능력을 새삼 의심케 한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가 집중력보다 나열식이라며 “나도 뭐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바다이야기’의 몸통은 결국 미궁의 유령이 됐다. 유령이다 보니 개도 안 짖었던가 싶다. 언젠가는 정체가 드러날지 모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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