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선 때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돈을 많이 썼는데, 돈 문제에선 귀신이다. 은행 부정대출 같은 의혹이 있으면 전국에 있는 호남사람들이 정보를 모두 갖다줬다.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DJ한테 걸리면 죽었다.”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시판중인 ‘월간조선’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전 총재는 또 1995년 DJ의 정계복귀와 관련, “당시 (동교동계가) DJ의 복귀를 반대하던 세력을 무마하기 위해 나에게 매달렸다. 동교동쪽에서 ‘DJ를 도우면 너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1992년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DJ와 함께 통합민주당의 공동대표 자리에 올랐었다.
이기택 전 총재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인연이 깊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 밑에 들어가 부총재를 역임했지만, 1990년 3당 통합으로 여당으로 발길을 돌린 YS와 결국 갈라섰다. 이 전 총재는 YS에 대해 “폭이 넓고 용기 있어 좋은 점이 많은 지도자인데, 속이 허한 사람이다. 군사정권이 만든 정당과 통합해 여당을 만들었던(민정·민주·공화당) YS의 정치행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회창 씨에 대한 비평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1997년 신한국당과 합당한 뒤 이씨를 대선 주자로 내세우며 공동선대위 의장을 맡았는데 “(이회창씨가) 사고나 행동이 모두 귀족적이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와는 원래부터 안 맞는 사람이다. 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처음엔 나와 손잡고 청와대까지 간다는 생각을 심어줘서 믿었었는데, 결국 토사구팽 당했다. 정말 졸렬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비판했다. “꼬마 민주당 시절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회의에서 동의를 받지 못하면 획 떠나는 불안정한 성격을 이전부터 가지고 있어 조직이나 시스템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긴 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아 그런 장점을 활용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 내가 알았던 ‘노무현’보다 더 도가 지나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대꾸할만한 가치가 없어서인가, 아픈 곳을 찔려서인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기택 전 총재는 어떤 인물인가. 자평(自評)을 듣고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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