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대통령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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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성탄절 다음날 영면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부인 베티 여사와 함께 베푼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미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포드 부부는 캘리포니아주 사막지대 랜초미라지의 자택 인근에 알코올 중독 및 마약 재활센터인 베티 포드를 차렸다. 이곳에서 재활 치료를 받은 사람이 5만명이 넘는다. 포드 부부가 재활센터를 건립한 것은 1982년으로 베티 여사가 한동안 앓았던 알코올과 마약 중독 치료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한때 뉴욕 유명 댄스그룹의 댄서이자 모델로 활동했던 베티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조용히 내조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백악관에 들어간 뒤 여성권익운동에도 앞장섰고 당시엔 금기사항으로 인식된 유방암 수술 사실을 미국민들에게 공표해 조기 유방암 치료 운동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지미 카터는 재임기간 국정수행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백악관을 나온 뒤 카터센터를 설립, 중남미·중동 등지의 부정선거 감시 활동 등을 통해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문제 개선에 헌신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부인 로슬린 여사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운동을 펴고 있다.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1994년엔 평양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의 담판을 통해 제네바 합의의 물꼬를 텄다.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동남아 지역을 강타한 쓰나미와 지난해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당시 후임자인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난민 구제 모금 운동을 벌였다. 두 사람이 카트리나 성금으로 걷은 돈은 1억2천800만달러다. 클린턴은 클린턴 재단을 통해 에이즈 환자 41만5천명에게 치료의 손길도 뻗치고 있다. 그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백신 가격인하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비만 아동 축소를 위해 학교에서 탄산음료와 정크푸드 추방운동을 펴고 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이렇게 퇴임 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세계 곳곳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재임시절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은 것도 아닌데 정치에 무슨 미련이 그렇게 남아 있는 지 이따금 정치권을 향해 ‘훈수’랍시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한다. 현직 대통령도 골치 아픈 터에 전직 대통령들까지 거들어 더욱 혼란스럽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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