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테러 원조

1944년 6월 제2차대전에서 일본의 도조(東條·동조) 군벌내각은 태평양 제해권을 미국 태평양함대에 빼앗기자 자살특공대를 창설했다. 이른바 ‘가미가제 도코다이’(神風特攻隊·신풍특공대)다. 자살특공대는 열 대 여섯살 난 소년병들로 구성됐다.

얼굴에 복숭아 솜털이 보송보송한 소년병들은 그러나 오로지 덴노헤이카(天皇陛下·천황폐하)를 위해 죽는 것을 영예롭게 여기는 충성심으로 가득차게 훈련됐다. 경비행기에 폭탄을 만재하고 출격하면서는 일왕이 하사했다는 국화주(국화는 일본 왕실의 상징이다)인 어사주를 한 잔씩 마시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 듣기로는 미국 군함의 굴뚝속으로 날아든다고 했는데, 굴뚝으로 용케 들어가 군함을 폭파시키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대부분이 갑판에 떨어지거나 아니면 더러 미국 군함의 대공포화로 바다에 격추되기도 했을 것이다.

자살테러 역시 자살공격과 맥을 같이 한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이 자살특공대를 구사하더니 이라크전쟁에서 자살테러가 보편화 됐다. 자살테러 뉴스가 거의 날마다 끊이지않다 시피한다. 자살테러는 아프가니스탄까지 번졌다. ‘한국의 아들’ 윤장호 하사가 지난달 27일 바그람 공군기지에 감행한 탈레반의 자살테러로 순국, 어제 비통한 가운데 영결식이 엄수됐다. 탈레반 지도자 물라 하야툴라 한은 미군과 NATO군에 맞서 1천명에 이르는 자살테러 대원을 아프간에 파견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위성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국군 다산부대의 안전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자살테러는 비인도적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분쟁이고 전쟁이긴 해도 ‘인간폭탄’으로 살상을 감행하는 것은 잔혹하다. 소모품인 자살테러 대원은 세뇌공작으로 충성심을 키운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자살테러 대원의 가족 등에 후한 사후 보장을 담보로 내세웠다. 자살테러는 소득이나 문명이 낮은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공격 방법이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살테러가 존재하기 어렵다. 자살테러 대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테러는 자살공격이다. 오늘날 성행하는 자살테러는 2차대전의 자살특공대가 시발로 일본이 원조인 것이다. 이들은 철모른 자살특공대 소년병들을 영웅시하도록 미화시켰다. 일본은 교활하기가 그만큼 악랄했고,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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