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는 기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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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목일로 제정한 4월 5일은 신라가 당나라의 세력을 한반도로부터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성업을 이룩한 677년(문무왕 17) 음력 2월 25일에 해당하는 날이다. 또 조선 성종이 세자·문무백관과 함께 동대문밖의 선농단(先農壇)에 나아가 친제(親祭)한 뒤 적전(籍田)을 친경(親耕)한 날인 1343년(성종 24) 3월 10일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통일성업을 완수하고 임금이 친경의 성전(聖典)을 거행한, 민족사와 농림사상에 매우 뜻 있는 날일 뿐 아니라, 계절적으로 청명(淸明)을 전후하여 나무 심기에 좋은 시기다. 일제 강점기 때 4월 3일을 나무 심는 날로 정했다가 광복 후 미 군정 당시 1946년 4월 5일 행사를 한 적이 있었지만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 공식적인 식목일이 됐다.

그뒤 1960년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폐지하고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 지정하였다. 그러나 1961년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돼 공휴일로 부활되었고, 1982년 기념일로 지정됐다. 2005년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식목일은 공공기관은 물론 전국의 각 직장·학교·군부대 마을 단위별로 토양에 적합한 나무를 심고 애림사상을 높였다. 북한에선 김일성 주석이 1946년 3월 2일 문수봉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었다하여 3월 2일을 ‘식수절(植樹節)’로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식목일 날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기운이 게속 상승하면서 얼었던 대지가 일찍 녹아 내려 나무 심기의 적기도 앞당겨 졌다는 게 이유다. 심은 나무가 뿌리를 가장 잘 내릴 수 있는 기간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남부 지방은 3월 초순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중부 지방 역시 3월 중순경부터 심고 있다.

꽃샘추위에도 아랑 곳 없이 올해 벚꽃이 피는 시기는 지난해보다 평균 8일 정도, 평년에 비해선 11일 정도 빠르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유서 깊은 식목일 날짜를 바꾼다는 건 단견이다. 정부가 식목일을 전후하여 1개월 동안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설정한 덴 다 이유가 있다. 4월 5일에만 나무를 심는 건 아니다. 식목일은 지금처럼 4월 5일이 좋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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