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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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는 겨울에도 보리밭 두렁이나 냇가 양지쪽에 가면 옹기종기 모여서 어린애들처럼 웃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귀여운 냉이를 반찬으로 먹는다는 게 좀 뭣하지만 냉이는 비타민 B1과 C, 단백질이 가장 풍부하다. 춘곤증을 없애고 입맛을 돋운다. 소화와 간의 해독을 돕는 작용도 있어 나른한 몸을 개운하게 해준다. 황사와 건조한 날씨로 눈이 피로할 때 냉이가 묘약이다. 날로 먹기보다 끓는 물에 뿌리와 줄기를 무르게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 먹거나, 국을 끓이면 내음이 향긋하다.

씀바귀는 쌉쌀한 맛 때문에 쓴 나물, 고채(苦菜)로도 불렸다. 하지만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자극한다. ‘신농본초경’엔 “쓴맛이 심장을 안정시키고 기력을 돌게 한다”고 했다.

잎, 뿌리를 데쳐 갖은 양념을 곁들여 무쳐 먹으면 미각을 돋운다.

달래는 생김새와 매운 맛 때문에 산에서 나는 마늘로 불린다. 비타민C가 많아 미용에 좋으며 보혈 작용이 있다. 또 신경 안정 효과도 있어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나 불면증을 줄여준다. 단 성질이 따뜻하므로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과다 섭취하는 건 피해야 한다. 생채로 먹는 게 좋다.

두릅은 독특한 향기가 있어 봄철 식욕을 돋워준다. 특히 혈당을 내려줘 당뇨병 환자도 먹을 수 있다. 생즙을 내 마시면 초기감기나 두통, 신경통 등이 낫는다.

움파는 ‘총아’라고 불리는데, 1~2월 움 속에서 키운 대파의 싹을 말한다. 양귀비의 양아들이자 정부였던 안록산은 이 총아가 배합된 것으로 항상 젊음을 유지했다고 할 정도로 신진대사 촉진 작용이 크다.

쑥은 초봄에 어린 잎을 뜯어 국을 끓여 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유별나다. 쑥떡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쑥은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혈 작용이 뛰어나 겨우내 육류 위주의 식사로 산성화된 피를 맑게 해준다.

요즘은 식탁에 봄나물이 상큼하다. 봄나물을 먹자니 나물 캐는 어머니를 따라 소쿠리를 들고 다니던 유년시절이 그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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