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와 쇠고기

“자연산이 어디 있습니까?” 한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말이다. 어느 좌중에서다. 누가 횟감 애기를 하며 시중의 자연산 활어를 말하니까 곁에서 듣고 있던 안면있는 대학생이 끼어들고 나서는 것이다.

그 대학생은 시중 활어 횟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본 경험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연산은 고사하고 양식한 활어라도 죽은 것 안먹으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수족관에 든 활어는 일종의 견본용이고 죽은 고기를 회로 떠 냉장고에 보관해 둔 것을 손님에게 내놓기가 예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회가 쫄깃하다며 드시는 것을 보면 우스워요…” 대학생의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손님이 수족관에 든 고기를 지목하면 보는데 앞에서는 그물망으로 떠가도 주방에 들어가선 손님이 없을 때 다시 수족관으로 뺑뺑이 돌려진다는 것이다.

이래서 확실히 할려면 회 뜨는 것을 손님이 지켜봐야 하는데, 지켜보는 손님도 드물고 또 지켜본들 회를 썰면서 몇점씩 도마 밑으로 떨어뜨려도 손님은 모른다는 것이다. 떨어뜨린 고기는 나중에 모둠회로 섞어 따로 판다고 한다.

이만이 아니다. 그 대학생은 백화점 정육점에서도 아르바이트 했다면서 한우고기는 아예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듣기에 아주 고약한 게 이렇다. 한우고기가 있긴 한데, 엷게 썰어서 포장 상품의 수입고기나 다른 쇠고기에 붙여서 포장해 놓으면 깜쪽같이 값비싼 한우고기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우고기를 엷게 썰어 붙이는데 쓰이는 접착제가 무슨 본도인진 몰라도 본드로 붙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 대학생의 말대로라면 웰빙 시대에 정말 입맛 떨어지는 소린데, 그렇다고 믿을수도 없고 안믿을 수도 없는 게 문제다. 듣기가 하도 고약하다 보니 좌중의 한 사람이 대학생 보고 “자넨 어찌 그런 데서만 아르바이트 했느냐”고 말해 한바탕 어이없어 하는 웃음이 터졌지만, 모든 업소가 다 그럴거라고는 믿고싶지 않다.

그나저나 먹는 것 가지고 농간 부리는 것처럼 나쁜 것도 드문데, 어쩌다 사회가 이토록 ‘짜가’(가짜) 투성인 불신사회로 치닫는 지 정말 안타깝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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