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학생의 ‘전경’ 얘기

어제 ‘활어와 쇠고기’ 제하의 주인공인 대학생 얘길 또 한다. 그 대학생은 재학 중 입대했다가 만기제대를 하고나서 복학했다.

“군대 갈 땐 휴전선에 배치되어 총을 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말한 그는 전경으로 배속되어 의외였다는 것이다. 전경이 되고 나서는 총 대신 방패와 경찰봉으로 갖가지 시위 진압에 동원돼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명령에 움직이는 것이 전경 부대다. 그런데 마치 ‘전경 타도’가 시위의 목표물인 것처럼, 그것도 젊은이도 아닌 부모 뻘이나 큰형님 또래의 분들이 죽일듯이 대들 땐 섭섭한 맘이 들더라는 것이다.

음주운전 단속 체험담은 들을만 하다. 음주운전에 걸리면 공갈형과 애소형이 있는데 공갈형은 오히려 맘이 편하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아무개하고 무슨 일로 한 잔하고 가는 중인데 그렇게 알고 봐주지!”하고 명령투로 말하면 “선생님! 대통령님하고 한 잔 하셨어도 안 됩니다”하고 딱지를 끊고는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소형은 난처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면허가 취소되면 장사를 못해 처자식이 굶게 되는데 자네도 부모가 있잖느냐”,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걸렸다”면서 “차를 여기 세워놓고 갈테니 봐달라”, “곧 결혼하게 되는데 제발 체면 좀 세워달라”, “나도 전경 출신이니 선배를 한 번쯤 봐주라”는 등 애소형도 가지가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메모지를 건네며 “입금 시킬테니 계좌번화를 대라”는 매수형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공갈형이나 매수형은 딱지를 끊고나면 오히려 후련한데, 딱지를 끊고나서 영 개운찮은 것은 애소형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사람의 모습이 아른거릴 때라는 것이다. “그런데 화가 나는 것은 공갈형 사람의 딱지가 그만 삭제돼버릴 때”라는 게 그 대학생의 말이다. 한 번 끊기면 안 되는 줄 안다니까 ‘빠질 구멍 하나쯤은 다 있다’면서 경찰서장을 움직일만한 사람의 부탁이다 보니 그러는 것 같더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얘기를 마친 대학생의 말이 걸작이다. 군대도 사회라면 사회인데 입대해서 안 좋은 것만 보다가 제대하고 나서 복학하여 아르바이트한다는 것이 가짜 활어횟집, 가짜 한우 쇠고기집에서 했다며, “사회 출발이 어쩐지 안 좋은 것 같아요”라면서 씩 웃는 것이다. 기성사회가 부끄럽단 생각이 든다.

/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