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부추기는 비정규직법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이나 청소원 등에 대한 계약해지나 재계약, 임금삭감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과학실험보조원, 교무보조원 등 11만여명이 비정규직으로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신학기인 요즘 초단기 계약, 임금삭감 등 처우를 악화하는 내용의 재계약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비정규직법이 되레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란 노동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달간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들로부터 계약해지와 관련해 47건, 처우악화와 관련해 150여건의 재계약 상담을 접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소용역업체들의 노사분규도 비정규직법과 무관치 않다. 서울도시철도 5~8호선 청소용역 조합원 1천366명은 7차례의 임단협 교섭과 조정신청 결렬 후 현재 파업을 앞두고 있다. 노조의 12만원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사측은 8만원 인상안을 내놓아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울산과학대의 청소용역 노조 분쟁과 마찬가지로 전남 광주시청에서도 청소용역 노조원 수십여명이 시청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지난 8일 기존업체의 용역기간 만료 후 광주시가 신규업체를 선정하면서 청소용역 52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공포돼 7월 시행 예정인 비정규직법은 비정규 노동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차별을 금지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법대로라면 사용주는 기간제(계약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파견 근로자도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직접고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학교의 경우 보통 계약기간이 1년씩이었으나 방학기간을 빼고 4개월로 계약하거나, 단기계약이 싫으면 학교를 그만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이 되레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치는 건 비사회적이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 등 힘없는 사람들 위주로 편법이 횡행한다. 경기·인천지방에도 이런 편법이 예외일 리는 없다. 점점 커지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 방법은 강력한 법규 적용 뿐이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