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큰 것을 선호하는 것은 과거에 지지리도 못살았던 시절에 생겼던 관습이다. 질보다는 양을 위주로 하는 관념이다. 배 고프다 보니 영양가 보다는 만복감을 채울 수 있는 분량에 더 치중했던 것이다. 물건도 오래쓰기 위해서 작은 것보단 큰 것을 좋아했다.

유통 상품의 과대포장 폐해가 여전하다. 작은 알맹이를 턱없이 크게 포장하는 것이다. 포장속의 상품을 이리 또 싸고 저리 또또 싸면서 공간을 넓혀 겉포장을 크게 만든 것을 보면 제품 업체의 속이 들여다 보일 지경이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무작정 큰 것만 좋아하는 것일까, 아무튼 과대포장의 연유는 정상가격보다 더한 비싼 가격을 매기기 위한 상술임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시판되는 제과류 선물세트 6개를 수거해 포장공간 비율을 조사한 결과 4개가, 또 화장품류 선물세트는 9개 중 8개가 허용된 규정공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대포장인 것이다. 과대포장은 속빈 강정이다. 초과 비율이 최대 60.5% 포인트에 이른 것도 있었다니 어쩌면 ‘사기’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선물일수록 이젠 작은 포장에 든 선물을 더 값지게 여기는 인식이 생겼다. 선물세트가 크면 클수록 별 볼일 없는 알맹이고, 작은 선물센트엔 알토란 같은 선물이 든 경우가 많다. 실속없는 과대포장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추방코자 하는 소비자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람도 이를테면 과대포장이 있다. 유별나게 잘난 체, 아는 체, 있는 체 하는 위인들이다. 사람이야 그래도 그럴 수 없지만 상품의 과대추방은 소비자들이 암묵적 불매운동으로 시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비단 제과류 화장품류만이 아니다. 과대포장은 다른 상품에도 허다하다. 과대포장으로 인한 피해가 쓰레기 배출이다. 포장속 겹겹이 만든 속포장을 다 헤쳐놓고 보면 수북이 쌓이는 게 쓰레기 투성이다. 재활용품도 있지만 과대포장 상술로 당한 쓰레기 뭉치를 버리려면 여간 짜증스런 게 아니다. 이런 상술은 전근대적 상술로 시대에 뒤떨어진다. 지금은 양보다 질을 선호하는 시대다.

속 알맹이와 걸맞는 규모로 상품이 잘 보호되도록 여물게 포장하면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게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겉포장보단 상품의 품질이다. 소비자는 두 번은 속지 않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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