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0억원이 넘는 소득 가운데 절반정도만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나머지는 누락해 세금을 탈루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 312명이 또 국세청의 4차 세무조사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2003년부터 3년간 벌어 들인 1조911억원의 소득 중 5천777억원만 신고하고, 5천134억원은 누락해 평균 소득탈루율이 47.1%에 이르렀다.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1억7천만원이었으나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할 땐 6억2천만원으로 신고했다.
국세청은 이들 중 차명계좌나 타인 명의를 이용해 소득을 탈루한 ‘얼굴없는 탈세자’를 포함해 고의성이 짙은 고소득자를 선별, 검찰에 고발하고 세금탈루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했는데 결국 적발은 됐지만 그 수법들이 보통 지능적인 게 아니다. 온라임게임 아이템 판매업체 대표는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아데나’를 판 대금을 자신과 친인척, 종업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시킨 뒤 95억원의 소득을 누락했다. 어느 성형외과 의사는 진료비 현금결제시 할인혜택을 주겠다며 현금으로 받은 소득 6억원을 탈루하고, 광고선전비 등 실제로 쓰지 않은 경비를 지출한 것처럼 꾸며 5억원을 탈루했다. 한 입시학원 대표는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15억원을 매출에서 누락한 뒤 관련 장부를 폐기 처분했다가 나중에 18억원짜리 부동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탈루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이 또 탈루율이 높은 업종의 불성실 신고 혐의자를 중심으로 5차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변호사, 법무사, 건축사 등과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안과, 한의원 등 의료계 종사자, 현금수입 업자, 유통업자, 부동산업자 등이 대상이다.
국세청은 200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탈루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 1천415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 모두 6천70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한다. 고소득자의 탈세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성실한 고소득 납세자들까지 ‘탈세 전문가’란 오명을 뒤집어 쓰는 일이다. 연봉 1, 2, 3천만원의 봉급자들은 각종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연평균 수입이 10억원 넘는 부자들이 탈세를 일삼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세금 많이 내게 돈 좀 잘 벌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서민들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