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의 舊態 권위주의

“일반 사건의 경우 발생한 관할 지구대가 처리한 뒤 (경찰서) 관련 부서에 이관하는 게 관례인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5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주택가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게된 40대 초반 A씨가 격분한 나머지 “죽여 버리겠다”며 B씨를 찾아가 B씨의 차량을 파손시켰다. 사건을 접수한 단원경찰서 관할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다. 형사계 근무자는 “관할 지구대가 절차를 밟아 처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출동한 경찰관에게 이첩했다.

그러나 결국 A씨와 B씨에 대한 처리는 전부터 알고 지내온 A씨와 B씨간에 합의가 이뤄져 형사계가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이 개운하지 못한 뒷 맛을 남긴 배경은 무엇일까. 당일 상황실장이 내용을 보고받았고 상황실장은 이를 관할 지구대가 아닌 형사계가 처리해 줄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원경찰서 형사과의 경우, 최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원곡동 호프집 종업원 살해사건과 화성 부녀자 실종사건 등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면서 힘겨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한 경찰서의 살림을 꾸려야 할 상황실장이 사건 발생에 대한 경위 등을 파악한 뒤 사건을 정확한 절차를 거쳐 처리할 수 있도록 지시한 게 경찰서 내부에서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상황실장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서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뜻을 남긴 뒤 다음날 참모회의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과연 참모회의에서 거론돼야 하는 내용인지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이같은 일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경찰관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아직도 경찰서 내 이같은 구태의 권위주의(?)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착잡함이 교차한다.

/구재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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