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교수의 ‘명예’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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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명 이상의 교수들이 정년퇴임으로 연구실을 비운다. 대학에선 이들을 위해 대부분 명예교수로 위촉한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정년퇴임자는 4천900여명이다. 지난해에도 4월 기준으로 800여명이 정년퇴임했다. 정년퇴임한 이들 대부분은 “쉬고 싶지만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기 위해 연구소를 차리거나 저술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에선 원로교수 예우차원에서 명예교수 제도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강원대의 경우 지난해 8월 학교 규정을 고쳐 5년 임기였던 기존의 명예교수직을 종신으로 바꿨다. 하지만 70세 이상이 되면 순수 명예직이 돼 강의를 맡지 못해 67명의 명예교수 가운데 강의를 담당하는 이들은 10% 정도다.

전남대는 전임교원 중 20년 이상 재직한 이들이 명예교수 대상이 된다. 교수회의를 거쳐 인사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명예교수로 위촉되는데 특별수당은 없고 강의를 맡을 경우에만 강의료가 지급된다. 충남대는 15년 이상 근무한 전임교원 가운데 추천을 받아 명예교수를 임명한다. 현재 100여명의 명예교수가 있지만 10% 내외가 한 두개 교양강의를 맡았다. 강의료는 시간 강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간당 3만5천원 정도다.

사립대도 정년퇴임자 대부분을 명예교수로 추대한다. 석좌교수 초빙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년퇴임자 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포함해 그 대상이 다양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를 주로 석좌교수로 임명하는 게 공통적인 현상이다. 고려대는 25년 이상 근무한 전임교원 가운데 인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명예교수직을 부여한다. 명예교수와 별개로 고려대는 최근 내부인사 6명, 외부인사 7명을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연세대도 전임교원으로 25년 이상 근무한 이들을 명예교수로 위촉한다. 자격심사 과정은 없고, 70세까지 강의를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엔 공식 강의를 맡기지 않는다. 명예교수 제도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명예교수 임명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이름 뿐인’ 명예교수가 대부분이다. 대학측도 “명예교수가 워낙 많아 이들에 대한 연구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본인이 사양하는 경우를 빼고 전부 명예교수가 된다”는 분위기다.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정년 퇴임 교수들의 급여가 시간강사 수준이라니 처량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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