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이장과 군수’가 일제히 개봉됐다. 개봉 첫날 모처럼 가족과 함께 관람했다.
충청도 시골에서 만년 반장과 부반장으로 지내던 두 친구가 20년 후에 이장과 군수라는 뒤바뀐 위치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 정치풍자 코미디이다.
학창시절의 기억과 질긴 인연으로 두 주인공은 ‘딴지’ 공격과 ‘딴지’ 방어력 등을 동원,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종국에는 화해하고 자신들의 우정을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5·31지방선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정치권이나 관람객들 사이에선 소수 정권의 탄생과 일련의 개혁, 기득권과 일부 언론의 반발, 주민투표(탄핵) 등 현 정권이 겪어온 일련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영화라며 애써 폄하하기도 한다.
물론 영화는 대부분 픽션(허구)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하남 작금의 실태와 너무 닮은꼴이어서 하남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였다.
만년 부반장이던 노대규는 군수에 취임하자마자 기자실을 폐쇄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핵 방폐장 유치 추진 등의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선다. 반면 초등학교 시절 만년 반장만 하던 이장과 지역 기득권 세력들은 그가 군수가 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핵 방폐장 건설 반대 시위를 주도한다.
현실로 돌아가 보자. 지금의 하남지역은 하남시의 경기도 광역화장장(16기) 건설 추진 발표에 따른 일부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 등으로 어수선하다. 이 지역 작금의 실태에 대해 이 영화에서 처럼 ‘딴지’를 걸거나 ‘딴지’ 처방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스토리가 하남 현실과 매우 흡사한 만큼 하남시측과 반대 주민들이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한 발 물러나 200일 가까이 팽팽히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특히 극중 두 주인공을 하남으로 초대해 그들이 촬영하면서 느꼈던 고충과 뒷 이야기, 소회(?) 등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동안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곱게 펴기 위해 감히 진언해 본다.
/강영호 kangy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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