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옛날에도 있긴 있었다. 삼국사기에서는 황사를 흑비라고 했다. ‘흑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흑비이긴 했어도 그땐 순수한 자연이었다. 계절적으로 이맘 때면 부는 편서풍을 타고 고비사막에서 7천500리 하늘길로 날아드는 황사 그 자체도 자연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엊그제 뿌려진 황사는 지독한 흑비다. 중국이 고도성장으로 치닫으면서 배출된 갖가지 오염으로 찌들대로 찌든 중금속 황사가 온통 산하를 덥쳤다. 창문을 열어 놓기가 겁날 지경의 흑비를 맞이했다. 봄 비가 한바탕 쏟아져 씻겨 내려가면 좋으련만 흑비가 아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고비란 몽골말로 황무지라는 뜻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6배인 1백30만㎢에 이른다. 중국과의 국경선을 이루기도 한다. 고비사막에 녹색숲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몽골 정부가 1억5천만 달러를 들여 30년을 예정하는 장기사업으로 착수했다. 포풀러 올리브 산사시나무 숲을 3천여㎞나 잇는 방어벽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몽골 정부가 이런 대역사를 벌이는 덴 이유가 있다. 몽골의 사막화는 심각하다.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으로 지난 몇년동안만 해도 700개 가까운 강이 말랐다. 이만이 아니고 남한 땅만한 14만㎢의 국토가 사막화의 위기에 처했다. 몽골 정부가 이같은 공사를 벌이는 것은 우리에게 위해를 주는 황사를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그런데 중국은 고비사막에 팔짱만 낀채 아무 대책없이 무대책으로 일관한다. 정작 중금속 흑비를 보내는 것은 중국인데도 ‘나 몰라라…’하고 있다. 우리쪽에서 나무숲 조성같은 것을 제의하면서 함께 하자고 해도 시큰둥한다. 당장 배출시키는 오염 물질이나 신경쓰면 좋겠는데 이도 별로인 것 같다.
외신은 황사의 발원지에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 올핸 덜할 것이라고 전하는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않다는 소식도 있다. 눈이 안내려 황사가 더할 것이라는 것이다. 고비사막이 워낙 넓다보니 눈이 많이 내린 곳도 있고 안내린 곳도 있는 모양이다.
결국 황사는 올해도 봄이 가기까진 여전히 면치못할 연례 불청객인 것이다. 황사가 와도 엊그제 같은 지독한 황사는 정말 자증스럽다. 집집마다 개인위생 관리에 각자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황사경보는 몇차례 또 있을 것이라고 하니.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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