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 風 景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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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제33차 정기총회가 열린 10일 경기도 교원단체총연합회 대강당안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유네스코 초청으로 참석한 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이 ‘행복이 담긴 미술요법(美術療法)’에 대한 특별강연 도중 회원들에게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나눠 주며 즉석에서 그림을 그릴 것을 명령(?)했다. 고희(古稀), 미수(米壽)를 누리는 회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100여명이 모두들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20여분 후 도화지를 모두 거둔 신 회장이 한 작품씩 평가했다. 고향길 옆의 보리밭, 눈앞에 아른거리는 얼굴을 상징한 무지개,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학(鶴) 한 쌍 등이 소개됐다. 영실버아트 수강생인 서일순(74세)·김강희(77세)할머니는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도화지에 담았다. 신 회장은 많은 그림들을 일일이 설명하곤 “잘 그리셨죠? 박수 쳐 주세요”하며 분위기를 흐뭇하게 이끌어 나갔다.

한국화의 대가 이길범 선생은 소나무가 보이는 보리밭 속의 연인을 실루엣으로 그렸고, 서양화의 대가 김학두 선생은 벚꽃나무 아래 사잇길을 걷는 연인을 그려 역시 호평과 박수를 받았다. 사진작가 최종엽 선생은 손자 얼굴을 멋있게 그렸다. 시인이며 서양화가인 신현옥 회장은 이길범· 김학두 두 화백의 한참 아래 후배이지만 이 날 만은 입장이 바뀌었다. 신 회장의 칭찬과 회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두 원로 화백은 시종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미술을 통해 치매를 치료· 예방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신 회장은 “그림을 그리니까 젊어 집니다. 자꾸 그리면 어린이들과 자연적으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동심에 젖게 됩니다. 유네스코 회원님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입니다”라는 말로 총평을 끝냈다.

이날 김순태 유네스코 회장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 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 올라 /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라는 이해인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총회를 마쳤다. 진풍경이 아름다운 날 경기도청 안팎에서 벚꽃들이 손짓하고 있었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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