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위촉장 남발 유감

민선4기 시흥시정의 특징의 하나로 위원 임명과 위촉장 남발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는 주민의 행정 참여라는 긍정적인 점과 비효율적 옥상옥(屋上屋:부질 없이 덧보태어 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점 등 두 개의 시각이 상존한다.

지난 10일 시흥시 원로회의 위원 26명이 이연수 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시흥시 원로회의는 지역 어른들의 깊은 식견과 경륜 등을 통해 현안사항을 조정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꾸려졌다. 원로들은 현안이 있을 경우 시장과 수시로 만나 시정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자문도 할 예정이다.

지난달은 행정서비스헌장 시민평가단이 출범했다. 30명으로 구성된 시민평가단은 공무원 행정서비스 헌장의 이행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시정의 조언자로 활동하게 된다.

주부모니터도 지난 2월 발족됐다. 각 동사무소별로 5명씩 모두 70명의 여성들로 구성됐다. 모니터들은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불만을 파악하는 일을 하게 된다.

현재 시흥지역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정을 돕는 각종 위원회와 기획단, 모니터 등이 넘쳐 나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에는 관공서가 시민들의 의견과 여론 등을 수렴했으나 디지털시대 들어 인터넷 등이 대신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도 비슷한 성격의 ‘~회의’나 ‘~평가단’ 등이 또 다시 구성되고 위원의 위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민들을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끌어 들이는 유용한 도구로 위원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순수성을 잃지 않고 당초 목적대로 운영될 때 지방자치를 한층 발전시키는데 보탬도 될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위원회 등의 신설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성격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위원회 신설은 자칫 ‘옥상옥’으로 전락, 오히려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변질된다면, 특정인의 전위부대나 유명무실한 기구로 남을 우려도 안고 있다.

위원회 등의 신설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디 이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이동희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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