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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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였던 山줄기 체계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이로부터 가지 친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루어졌다. ‘산경표(山經表)’에 근거를 둔 이들 산줄기의 특징은 모두 강을 기준한 분수산맥으로 그 이름도 대부분 강이름에서 비롯됐다.

‘한남정맥(漢南正脈)’은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진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끝인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되어 서북쪽으로 김포의 문수산까지 평야지대의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졌다. 이름 그대로 경기도의 한강본류와 남한강의 남쪽 유역의 분수령으로 해발 100m 미만의 낮은 등성이의 연결로서 서쪽에 위치한 인천·시흥·안산·수원·오산· 평택·천안 등 아산만을 중심한 해안평야와의 경계를 이룬 산줄기다.

한남정맥을 이룬 주요산은 칠현산·백운산·구봉산·대소곡둔현·석륜산·수유산·부아산·보개산·석성산·객망현·광교산·사근현·오봉산·수리산·오자산·소래산·성현·주안산·원적산·경명산·북성산·가현산·약산·문수산 등으로 ‘산경표’에 기록됐다.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서쪽 해안지방과 내륙의 한강유역권의 생활문화 발달은 예로부터 현격한 차이점이 있으며, 같은 경기지방이면서도 국지적 기상변화 등 생활양식과 함께 언어의 차이까지 보이고 있다.

현대지도에서의 한남정맥 산이름을 찾아보면 칠장산·도덕산·국사봉·상봉·달기봉·무너미고개·함박산·학고개·부아산·메주고개·할미성·응봉·형제봉·광교산·백운산·수리산·소래산·성주산·철마산·계양산·가현산·필봉산·학운산·것고개·문수산 등으로 수도권의 중심 생태·녹지축이다. 산소 공급원이다.

그런데 이 한남정맥 중 김포시 문수산~수안산~가현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폐기물에 신음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됐다. 인천녹색연합이 7차례에 걸쳐 한남정맥의 마루금을 중심으로 환경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군부대의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군부대의 특별관리가 필요한 탄창, 군용 폐건전지, 곡사포 탄피 등과 건축자재, 소파를 비롯한 대형 일반 폐기물도 다량으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일반 폐기물 무단 투기도 문제이지만 군용물품이 산야에 버려져 있다는 건 더욱 심각한 노릇이다. 군부대가 국토방위만이 아니라 자연환경, 한남정맥도 보호하고 지켜줬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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