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문화

인간의 식사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젓가락, 포크, 맨손으로 먹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식은 지구촌 인구의 각기 3분의 1을 차지한다.

젓가락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아시아 지역이 쓴다. 그렇지만 젓가락 모양은 다르다. 중국의 젓가락은 크고 투박하다. 고전 무협에서 표창처럼 무기로 썼을 정도다. 일본 젓가락은 잘 다듬어지고 중국 것보단 작다. 한국의 젓가락은 가는 게 특징이다. 또 중국 일본의 젓가락은 나무인데 비해 한국 젓가락은 쇠다. 예전에는 놋쇠로 만들었던 것을 비철금속으로 많이 만든다.

놋쇠나 비철금속의 가는 젓가락은 나무로 되어 보다 굵은 중국, 일본 젓가락에 비해 용법이 섬세하다. 같은 동양 삼국의 젓가락문화에서도 용법의 섬세함이 가장 뛰어난 것이 한국 젓가락문화의 특징이다.

국내 의료의 생체이식, 미용성형 등 외과수술 분야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간 등 이식이나 심장 관절수술 미용성형 등 수술을 연수하러 오는 중국 몽골 이라크, 심지어 의료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 전문의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수술은 분리하고 혈관을 묶고 꿰매는 집도 과정에 추호의 오차도 용납지 않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국내 의료진의 이런 집도를 지켜보며 배우는 외국 연수진들은 정교한 수술 솜씨에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엔 깊은 연구와 수련의 피나는 노력이 축적된 것은 물론이다. 몇년 사이에 이룩될 수 없는 필생의 노하우가 쌓인 경지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들자면 우리의 젓가락문화의 기여를 들 수가 있다. 젓가락 용법의 섬세함이 손가락에 밴 게 정교한 집도에 도움을 준 잠재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수술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을 조종하는 건 수술을 맡은 의사지만 환부에 대한 직접 수술은 로봇이 하는 것이다. 아직은 개발 단계여서 일반화하기에는 멀지만, 장차 수술로봇이 나와도 정교하게 조종할 젓가락문화가 그렇다고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외국 전문의들 연수진을 감탄케하는 국내 생체이식 등 수술 수준은 실로 자랑스럽다. 한국의 젓가락문화가 기여하는 전문 분야는 또 있을 것이다. 엄마의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이고나면 밥을 먹는다. 밥먹기 시작하면 숟갈과 함께 배우는 아기의 서툰 젓가락질 모습은 보기에도 앙증스럽도록 귀엽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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