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형아들의 ‘영어과외 대작전’
작전명 : 영어과외
작전일시 : 매주 월~금
목표: 영어 확실하게 잡자!
투입경력(?) : 의경3명 의기투합 학생 20여명 사기충천
“군에 입대해서도 자기개발을 할 수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의경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의 ‘과외선생님’으로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16일 오전 7시40분 아직 1교시가 시작되기까지는 50여분이 남아있지만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연무중학교 1층 English Zone교실과 2층 교과학습실에는 때아닌 영어수업이 한창이다.
경기지방경찰청 기동 1중대 소속 최일영(21)·한영실(24) 이경, 임영옥(20) 일경 등 3명의 의경들은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월요일~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차례씩 이곳 연무중에서 맞벌이 부모를 둔 학생들과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원, 과외 수업 등을 받을 수 없는 20여명의 친구들의 영어 독해 및 문법 선생님으로 나서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아직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조금은 낯설고 서툴러 매끄러운 수업을 진행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들 의경 선생님들의 수업 열의 만큼은 여느 교사 못지 않게 열정적이다.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한다고 말한 김진훈군(14·중1)은 “과외나 학원수업을 들을 수 없어 다른 아이들보다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찍 등교하기 때문에 많이 피곤하지만 의경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문법과 단어들을 배울 수 있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이 기쁨”
영어 문법 수업을 맡고 있는 한영실 이경의 이력은 남다르다. IMF사태가 터져 온 나라가 어수선하던 지난 1997년 한 이경은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이탈리아로 이민을 갔다. 4년간의 랭귀지 스쿨을 마친 지난 2001년 로마에 있는 호텔경영고등학교를 5년간 다닌 한 이경은 지난해 6월 졸업과 동시에 로마 제1대학에 입학을 하게 됐지만 한국국적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한 이경은 중대한 결단을 내리고 1학년 1학기가 채 끝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한국군에 입대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뒤 기왕이면 어렸을 적 꿈꿔오던 경찰의 꿈을 군에서나마 이뤄보자는 생각으로 의경에 자원입대했다.
한 이경은 “처음 한국군에 자원입대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그냥 이탈리아에 살면서 공부하면 안되는 거냐’며 만류하셨다”며 “하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속일 수 없는 지 정체성을 찾고 싶었고 이탈리아 국적이 아닌 한국국적을 얻고 싶어 의경에 입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이경이 선택한 의경의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체력이 약했던 한 이경에게 연일 계속되는 각종 체력훈련과 구보는 그를 지치게 하기도 했지만 조현철 중대장을 비롯, 선임병과 동료들의 격려로 체력도 어느정도 늘었고 동료들과의 사이도 좋아져 이제는 어엿한 의경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한 이경은 “군생활에 적응도 하고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던 찰라에 중대장님으로부터 ‘연무중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 영어를 가르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비록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수락했는데 첫 수업에는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너무 떨리고 긴장돼 실수도 많이 했지만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점호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다음 수업을 준비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잘 따라줘 재밌는 수업을 하고 있고 내 스스로 영어 복습시간도 가질 수 있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가르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무중에서 영어 독해 수업을 맡고 있는 기동 1중대 3소대 소속 최일영 이경도 안양외고 영어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한문학과에 재학하다 의경을 지원한 재원. 군입대전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고 평소 교직에도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교직이수를 하던 최 이경이 군에 입대한 뒤에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행운을 놓칠 리는 만무한 일.
최 이경은 “처음 수업을 했을 때는 일대일 과외 형식이 아닌 일대 다수의 수업이라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서투른 점도 많았고 수업에 있어서도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하지만 수업에 적응하면서 지금은 학생들과 즐거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해본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이런 기회를 주신 기동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연무중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아이들의 문법 선생님으로 나선 임영옥 일경(한국외대 재학중)도 “이제 막 공부에 눈을 뜰 시기에 가정 형편 등을 문제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제대후에도 계속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쪽으로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물놀이·비보이등 사회봉사 확대”
경기청 조현철 기동 1중대장은 “도시중심에 위치한 부대 특성상 부대원들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학교측으로부터 제공받고 부대원들의 사회성을 길러 주는 차원에서 연무중과 연계 프로그램을 갖게 됐다”며 “다행히도 훌륭한 재원들이 많이 입대해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부대원들도 보람을 느끼고 있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라는 한 과목에 한정해 현재 2개반만이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원들의 반응 등을 살펴보고 대원들의 특기를 살려 주 1회, 학과 교육뿐만아니라 비보이, 사물놀이 등 대원들의 실력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김규태기자 kkt@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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