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 출신의 다부진 체구, 매서운 눈매의 소련 첩보원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선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다. 무표정한듯한 얼굴이 되레 강한 인상을 준다.
그의 3선 여부가 뉴스로 오르는 가운데 찬반 논의가 한창이다. 미르노프 상원의장,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 두드 탈라주 지사, 하원의 중진인 사모신 의원 등 주로 정치권에서 3선 개헌을 주장한다. “강한 러시아 부활을 일으켰다” “어떤 지도자가 훌륭하게 일했다면 굳이 바꿀 이유가 뭣인가” “모든 국민들이 러시아를 위기에서 구한 푸틴이 계속 대통령직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국내 다른 정치인 모두의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것 등이 푸틴 3선을 지지하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푸틴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주말(14,15일) 모스크바에선 1만4천여명, 상트페테부르크에서는 2천여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여 곤봉 세례로 맞선 경찰과 크게 충돌했다. 좌우파가 합세하여 “푸틴 사임” “독재타도”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인 시위대 가운데, 리모노프 전국볼셰비키당수 등 야당 인사를 비롯한 250여명이 두 곳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진압과정에 경찰 헬리콥터가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집권층 여권에서는 3선 개헌을 주장한데 비해 야권에서는 푸틴 타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에 있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반정부시위는 점차 더 잦을 전망이다.
푸틴은 강력한 통치로 대통령 취임후 7%대의 고속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이에 힘입은 경제 호황으로 지지도가 약 70% 선에 이른다. 그러나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제한했다. 해를 더할수록 더 옥죄었다. 이 때문에 경제를 부흥시킨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란 말을 듣는다.
러시아 정치 정세가 마치 유신 전야의 3공화국 말기를 연상케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 성장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 호황을 누렸으나 개발독재는 여전했다. 마침내 4공화국의 유신정권이 출범, 헌정사상 두번째 3선 개헌이 강행됐다.
푸틴은 자신의 3선을 위한 개헌론에 뚜렷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3선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주목된다.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