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안하면 벌금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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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하원의원 선거 때 투표소까지 왕복 국영철도요금을 70%까지 할인해 주는 등 교통비를 지원한다. 투표를 안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벨기에·브라질·과테말라·룩셈부르크·칠레·필리핀·싱가포르·호주·에콰도로·이집트·스위스·터키 등 상당히 많다. 아르헨티나는 미화 20달러(약 1만8천원), 싱가포르 5싱가포르달러(약 3천500원), 호주 20호주달러(약 1만4천원), 필리핀 100페소(약 1천900원), 이집트 20이집트파운드(약 4천원) 등이다. 브라질은 해당 지역 최저 임금의 3~10%를 부과한다.

벌금과 법적 제재를 함께 가하는 경우도 꽤 많다. 아르헨티나는 벌금과 별도로 3년간 공직 취임 및 고용을 금지하는 등 상당히 엄격하다. 벨기에도 공직 취임을 제한하며, 베네수엘라는 벌금 없이 은행 대출과 해외여행을 금지한다. 에콰도르는 시민권을 박탈하며, 멕시코는 1년간 은행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브라질도 은행 대출과 공직 취임을 제한한다. 그리스는 벌금과 운전면허 취득 및 비자발급을 제한하던 제도를 폐지했으나 70세 미만인 사람의 투표 의무를 상징적으로 규정했다. 벌금제도를 도입해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유지하는 호주는 투표를 의무화한 1925년 총선 이후 95%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벌금부과는 1% 미만에 불과하다.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당한 이유를 적은 사유서를 당국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가는 이동투표소를 운영하고 사전 투표, 우편 투표를 통해 투표 참여를 적극 권장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투표율이 벌금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호주인들도 투표일이 되면 주한 호주대사관을 찾아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는 투표로 표현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표율이 점점 떨어진다. 특히 지난해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24.8%여서 당선자의 대표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낮은 투표율은 정치 불신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투표 불참은 정치 풍토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높은 투표율을 기대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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