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요즘 학교발전기금 모금 및 연구비 수주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발전기금 유치는 물론 학교운영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도를 넘어서면 대학 본연의 학문연구나 학생 지도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대학 총·학장들이 직접 목표액을 설정·공표하는 일이 당연시 되는 상태다. ‘돈걷기 전쟁(錢爭)’ 목표 달성을 위해 동문과의 만남 행사나 재학생 대상 캠페인에 교수들이 동원된다.
연간 1천만원 이상 발전기금을 유치하거나 공헌한 교직원에게 격려금을 주는가 하면 외부 기관과 발전기금 컨설팅 계약을 맺기도 한다. 기부금을 낼 때 기금 출연 권유자를 공개해 명단을 작성하기까지 한다. 기부금 액수가 1천만원이 넘을 경우 유치자에게 5% 이하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기금 유치 성과를 교원 업적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교수들이 수업 도중 “요즘 대학생은 9학기, 10학기씩 다니기 때문에 한 학기 등록금은 거뜬히 더 낼 수 있다”며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을 제자들에게 권유할 정도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수주하면 교수에게 전체 연구비의 일정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심지어 교내연구비 선정시 해당 교수의 최근 2~3년 간 외부 연구비 수주실적을 반영한다. 모 대학 K 교수의 경우, 본업인 ‘연구’보다 과욋일인 ‘외부업무’로 더 바쁘다. K 교수는 기업체로부터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로비’ 작업이 주된 일이 됐다. 외부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해오면 학교 당국은 수주금액의 3% 가량을 인센티브로 준다. 억대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승진, 재임용 심사에도 반영된다. K 교수가 외부에서 수주한 연구비에서 얻은 수입은 학교 월급의 3배 가량된다.
교수들이 외부 업무에 충실하다보니 학문 탐구 저조는 물론 학생지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이다. 교수들이 연구비 수주에 정신을 쏟는 탓으로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기초 학문은 조명조차 받지 못한다. 발전기금 유치 실적이 총·학장이나 교수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대학 풍토가 안타깝다. 재학생들로부터 받는 비싼 등록금은 어디에 쓰려고 교수들을 대학 밖으로 내몰고 있는가. 모든 대학들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강단에 있도록 해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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