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신다이’(挺身隊)

‘일본이 10여 명의 자국민 납치엔 북측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점령지 여성 수천 명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사실은 인정도 사과도 않는다’는 건 미국의 여론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엊그제 워싱턴포스트 등과의 인터뷰서 “당시 상황에서 위안부로 곤경과 고통을 겪도록 만든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총리 취임 후 첫 방미를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무마키 위한 미봉책인 것이다. 아베는 그러나 강제 동원된 사실엔 끝내 답변을 피해 언급하지 않았다.

1943년 보르네오서 일본 헌병들이 길가는 여성들을 붙잡아 위안부로 보낸 기록이 발견되고, 일본 당국의 지시로 위안소를 설치했다고 증언된 판결문이 네덜란드 전범재판 문서에서 나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문건이 어딘가에 없지 않을 것 같은데 멸실되어 찾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국내에 있던 일본인들은 패전하자 조선총독부를 비롯한 모든 관공서 문건을 불태우고 철수했던 것이다.

위안부로 강제 동원당한 사람이 아직 살아있고, 강제 동원하는 것을 본 사람이 또 살아있고, 무엇보다 당시 위안부를 상대하여 강제로 끌려간 것을 알고 있을 일본군 출신의 일본 노인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마당에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의 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허튼 소리다.

위안부는 성의 노예, 즉 성노(性奴)다. 끌려가지 않으면 그같은 전쟁터 군부대에 자진해서 갈 사람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일본에 있는 일본 여성이나 점령지에 있는 일본 여성들은 전혀 동원되지 않은 것이 위안부다. 그럼, 점령지나 식민지 여성들이 일본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 제발로 갔다는 것인가, 말도 안되는 이같은 논거가 곧 강제 동원한 반증(反證)인 것이다.

위안부의 원래 명칭은 ‘데이신다이’(挺身隊)다. 우리 발음으로는 정신대다. ‘挺’은 뺄정자다. 일본인들은 ‘몸을 나라에 바친다’는 뜻으로 ‘데이신다이’라고 했지만 알고보면 정신대 어의 자체에 강제성이 담겼다. ‘데이신다이’를 언제부턴가 위안부라고 부르게 됐지만 잘못이다. 위안부라 한다고 피해 여성이 위로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전사상 유례가 없는 인성 말살이 일본의 ‘데이신다이’ 동원이다. 고유명사 대로 불러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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