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른바 ‘5대 혁명 연극’ 중 하나인 ‘딸에게서 온 편지’는 고(故) 김일성 주석이 직접 쓴 작품이라고 한다. ‘5대 혁명 연극’은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하던 1930년대에 직접 창작했다고 하는데 사실주의적, 계몽적 특징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 연극의 ‘본보기’로 불리는 ’성황당’이 5대 혁명 연극의 대표작이라는데 ‘딸에게서 온 편지’는 가난과 봉건적 관념이 뿌리 깊이 남아 있던 1920년대 한반도 북부 산간 마을에 사는 순박한 농민들의 생활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희곡이란다.
1930년 가을 만주에서 공연됐던 것을 1987년 북한의 ‘국립연극단’이 재창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공연된다고 한다. 글을 알지 못하는 농민 허달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문맹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허달수는 간도에 간 딸의 소식을 눈 빠지게 기다리지만 까막눈인지라 딸이 보내 온 편지를 찢어 담배를 말아 피우고 구멍난 창을 막는 인물이다. 글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다가 여러가지 소동을 빚지만 결국 배움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야학에 입학하게 된다는 게 줄거리다.
그런데 이 ‘딸에게서 온 편지’가 북한 희곡으론 최초로 남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중국 연변연극단이 서울연극제의 초청을 받아 5월17~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섯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을 맡은 연변연극단은 1956년 창단 이래 중국 지린(吉林)성 일대에서 북한 연극 양식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여서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 사회주의 혁명 연극의 방식과 연기, 북한 사투리가 섞인 대사, 무대장치, 음악 등 북한 연극의 특징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일급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는 연변대 박미선 교수가 연출하며, 무대미술과 음악은 남승철 중국무대미술학회 이사와 최삼명 중국조선족음악가협회 회장이 각각 맡는다. 최근 연변연극단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서울연극협회 산하 서울평양연극제추진위원회는 ‘북한연극 바로보기’라는 기치 아래 앞으로 5대 혁명 연극 전부를 서울에서 공연할 방침이다. 북한 연극은 이런 통로로 서울에서 공연되는데 남한의 연극이 북한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김일성 주석이 정말 희곡을 창작했는진 확실치 않지만 <김일성 작·박미선 연출 ‘딸에게서 온 편지’> 가 남한에서 공연된다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김일성>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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