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문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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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밥도둑, 감칠맛, 짠맛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식품학자들은 뛰어난 효능을 먼저 얘기한다. 김치보다 오래된 젓갈은 세계인의 식품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치도 한때는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사실을 그 사례로 든다. 김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0-157 등을 억제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젓갈도 김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곰삭은 냄새가 김치 못지 않다. 서양인은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도 젓갈을 맛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식품으로서 뛰어난 젓갈의 효능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나 젓갈은 우리나라만의 음식이 아니다. 일본·중국 ·베트남·태국 등 동북·동남아시아 쌀 문화권에선 보편화된 식품이다. 쌀밥에 부족한 단백질의 공급원인 동시에 맛도 잘 어울려서다.

우리나라엔 젓갈의 종류가 알려진 것만 117종이나 된다. 젓갈에 관한 기록도 김치보다 훨씬 이전인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면이 바다여서 젓갈의 원료가 풍부하고, 사계절이 뚜렷해 이를 오래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데다, 젓갈과 잘 어울리는 쌀과 채소류가 풍부한 것이 젓갈 문화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젓갈은 재료가 다양한 만큼 성분 조성도 달라 어떤 농산물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그 효능이 배가되기도 하고 반감되기도 한다. 예컨대 새우젓과 돼지고기는 이른바 찰떡궁합이다. 돼지고기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이다. 새우젓에는 돼지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와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가 많이 들어 있어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맛이 좋다. 어리굴젓과 쌀밥도 궁합이 잘 맞는다. 어리굴젓엔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한 반면 쌀밥에는 이 성분이 적다. 함께 먹으면 영양을 균형있게 섭취할 수 있다.

1990년대 2만t 수준이었던 젓갈 생산규모는 김치가 뜨면서 2000년 이후 6만t 수준으로 늘었다. 젓갈의 세계화 추세가 증명된다. 특히 스폐인·페루·노르웨이 사람들이 멸치젓갈과 청어젓갈을 즐겨 먹어 앞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도 가능하단다. 젓갈을 ‘한민족의 애환이 곰삭아 녹아든 맛’이란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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