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표결

마이니치신문 보도를 전한 한 도쿄 특파원의 기사가 흥미롭다. 요약해 본다. “다이어트 덕분에 체중이 처음 100㎏ 미만으로 줄었다” “나는 처음으로 60㎏을 넘었다. 그쪽 살이 나에게 옮겨온 모양이다” 살이 빠졌다는 건 모리, 살이 불었다는 것은 고이즈미로 둘 다 전직 총리다.

두 전직 총리의 잡담 장소는 중의원이다. 그런데 야당인 민주당이 제안한 고용대책법 개정안의 찬성 기립 표결에서 여당인 두 의원이 벌떡 일어났다는 것이다. 의사진행 중에 잡담을 하다가 의장이 일어나라고 하니까, 뭘 모른 채 한 쪽이 일어서니까 덩달아 두 전직 총리가 얼떨결에 일어났다고 마이니치가 보도했다는 것이다.

자유당 정권 시절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3선 개헌안이 국회에서 한 표 미달로 부결이 선포된 이튿날 의결정족수 산정에 이른바 사사오입을 적용, 통과로 번복한 ‘사사오입 개헌’이 있었을 때다. 당시 한 자유당 의원은 “나는 야당의 반대에 반대하여 반대표를 찍었다”고 비서에게 말한 적이 있다. 비서는 실색을 하면서 황급히 그 자유당 의원의 입을 막으며 “행여라도 어디가서 그런 말씀 마시라”고 단단히 타일렀다. 만약 그때 그 국회의원이 자유당 거수기 노릇을 하는데 표결에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개헌안은 사사오입 파동없이 틍과됐을 것이다. 나중에 뒤늦게 알려진 숨은 일화의 이 주인공은 이미 타계했다.

얼마전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법안이 역시 한 표 미달로 부결된 것도 알고보면 웃지못할 일이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안건에 오른 법안 내용도 잘 이해를 못한 채 반대하는 의원이 많은 것 같아 덩달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며 그같은 얘기가 전해졌다.

본회의장에서 잡담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무단 이석을 일삼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열심히 일하겠다며 목이 터지도록 표를 구걸하던 모습과는 아주 딴 판인 것이다.

총리를 지낸 일본의 두 의원은 야당 안이 부결되고 나서 표결에 부쳐진 정부 안에 찬성하여 실수를 만회했다. 그러나 우리의 국회의원들 실수는 만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국회의원 노릇 해야 하는 것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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