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여자’

밤 중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 아이 어머니는 친구 집에 전화를 건다. “아이가 아프니까 빨리 오라는 것이다.” 친구에게 한 전화가 아니다. 남편에게 건 전화다.

남편이 친구집에 가서 자는 것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용인해도 아이는 책임져야 한다는 다짐을 남편에게 다짐 받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남편의 정부인 것이다. 이윽고 남편이 집에 온 뒤 얼마 안 되어 이번에는 아이 어머니의 친구인 여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 여자는 친구인 아이 어머니에게 “내 남자를 빨리 돌려 보내라”고 남편을 당장 떠나보낼 것을 독촉한다.

SBS 연속극 ‘내 남자의 여자’ 가운데 있었던 내용이다. 정상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연속극이 될 수 있는 허구임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이건 완전히 변태다. 한 남자를 친구 사이인 두 여자가 터놓고 공유한다는 건 변태 행위다. 여성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김수현이란 작가 자신 역시 여성이다. 여성 작가가 여성을 희화화하는 작품이다. 흥미를 끌기 위해서다. 튀는 대사는 이 작가의 특기이긴 하다. 흥미위주의 줄거리 설정에 톡톡튀는 대사는 흥미를 감칠맛 나게 하는 양념인 것이다. 이른바 인기작가의 마술인 셈이다.

말도 안 되는 줄거리로 어떻게 끝날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내어 시청자를 사로 잡으려는 작가의 농간이 무섭다. 그렇게 해서 돈은 특별히 우대 받아가며 벌겠지만 시청자는 결국 우롱당한다. 만들어 보여주는대로 보게끔 시청자는 길들여져 있다고 보는 오만에 차있다.

텔레비전 연속극은 대중문화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새삼 작품성을 따질 이유는 없다. 그럴 대상도 아니다. 그저 심심풀이로 틈나면 보기도 하고 안 보아도 그만인 것이 연속극이다. 물론 재미로 보는 것이지만 재미는 긍정적 소재로도 얼마든지 추구할 수가 있다.

삼각관계의 불륜을 내용으로 하는 저질 연속극이 넘친다는 사회적 비판이 그러찮아도 많다. 부정적 소재의 안일한 남용인 것이다. 그런데 불륜에다가 변태까지 겹치는 연속극이 한창 전파를 타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허구일지라도 발상의 근거가 있다. ‘내 남자의 여자’를 구상한 발상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안방극장용으로는 심히 부적절하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