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컴 세상 불가능은 없어요!
“신체적 장애는 단지 불편일뿐 흥미와 직업선택에 있어서는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1일 오전 11시께 평택시 장안동 한국장애인재활복지대학 컴퓨터실.
넓다란 컴퓨터실에는 불과 6명의 학생들이 전체를 점령한 듯 1대씩의 컴퓨터를 맡고 앉아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서도 불청객(?)을 인식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놀랄세라 숨죽이며 모니터를 바라보자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의 일종인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이 끝나도 다른 컴퓨터 작업 등은 할 생각도 없이 팀을 바꿔가며 한동안 계속해서 게임에만 전념했다.
한참을 게임만 하던 이들은 한둘씩 의자를 뒤로 밀며 서로의 게임 기술에 대한 칭찬과 지적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면서까지 게임 이야기만 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들은 한국장애인재활복지대학 학생들로 오는 16일 경기도장애인재활협회에서 주관하는 ‘제7회 경기도장애인정보화대제전’에서 게임부분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들은 이날 강의가 없는 날임에도 대회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기숙사에 남아있거나 멀리서 등교를 해 함께 기량을 견줘보는 등 대회준비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컴퓨터 활용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자랑한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실력을 보이는 학생은 단연 홍순태씨(21·컴퓨터영상디자인학과 2년).
지체장애 3급인 홍씨는 벌써 같은 대회에 3년째 출전하고 있는데다 수상경력까지 있는 베테랑이다. 특히 지난 대회까지는 게임부분에만 출전했다가 이번 대회에는 사무자동화 능력을 겨루는 MS경진대회에도 출전, 2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홍씨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인 지난 2003년.
옆집에 놀러갔다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곧바로 컴퓨터를 구입해 주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지체장애로 손발이 다소 떨려 조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게임과 인터넷에 빠져 밤을 새는 날이 많아지는 등 남다른 노력으로 일반인들보다 더욱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컴퓨터 조립에 관심이 많은 홍씨는 지난 2003년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으며, 졸업후에도 컴퓨터 제작 등 관련 일을 계획하고 있다.
홍씨는 “장애를 이기고 컴퓨터에 익숙해지기까지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리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지금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무슨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고 즐겁다”며 고 말했다.
학생중 맏형격인 김기성씨(29·정보보안학과 2년)는 고교 졸업후 이런 저런일을 해봤지만 컴퓨터를 다뤄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난 2001년 직업전문학교에 입소,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컴퓨터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만학이랄 수 있는 27살의 나이에 대학에 진학했으며, 이후 사무자동화산업기사를 비롯, 정보검색사, 워드1급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10여개에 이를 정도다.
특히 이번 장애인정보화대제전에는 게임부분 출전을 앞두고 체육대회와 기숙사 오픈 등 행사가 많아 준비가 부족해지면서 김씨는 “다음주부터는 밤을 세워가며 대회준비를 계획할 것”이라며 남들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까지 엿보인다.
김씨는 “컴퓨터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장애때문에 남들보다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안한다”며 “가끔 불편할 때만 있을 뿐이지 컴퓨터를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이처럼 이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학교 전산실 불을 밝히며 대회 출전과 내일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한편 경기도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는 장애인정보화대제전은 오는 16·17 양일간에 걸쳐 수원에서 펼쳐지며 만 13세 이상 30세 미만의 장애인들이 청소년부와 청년부 등으로 구분, 정보검색대회, MS경진대회, 게임대회(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등 총 4개 부분에 걸쳐 치러진다.
/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