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장의 실언

홍건표 부천시장의 계씨(季氏) 발언 파문은 신문보도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시정 전반에 대해 조언해주고 브레인으로 역할을 했다. 공무원이 해결할 능력이 없어 동생이 발전적으로 역할을 해 자랑스럽다”고 한 말이 틀림이 없다면 한 마디로 실언이다.

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 회견 석상에서 부천세계무형문화제 엑스포 개최 과정을 설명하다가 그같은 말이 나온 모양이다. 계씨되는 사람이 공직을 지낸 적이 있고해서 홍 시장 말대로 조언할 자격이 있다 치고, 또 엑스포 뿐만이 아닌 시정 전반에 브레인 역할을 했으면서도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없는 게 다행일 지라도 명색이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할 말이 아니다.

아는게 많고 비리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비선에 있다. 공조직이 사조직화하면 공신력이 흔들린다. 시정 전반에 개입해 왔다면 더욱 의심되는 바가 많다. 홍 시장의 사람됨이 우직해서 그런지, 사람을 무시해서 그런진 몰라도 ‘실세시장’이 따로 숨어 있었던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얘기가 된다.

미국의 케네디가 동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했다는 그의 말도 안된 논리적 비약의 비유는 행여 계씨를 비서실장쯤 앉혀 공식화할 요량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없잖은 것 같다. 어떻든 시장의 이미지와 자치행정의 신뢰를 위해 홍 시장의 계씨 발언 파문은 불행한 현상이다.

아주 고약한 것은 공무원 폄훼 발언이다. “공무원이 해결할 능력이 없어 (동생이 개입했다는)” 말은 공조직을 업신 여기지 않고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다. 계씨되는 사람이 얼마나 탁월한 의견을 내놔 시정에 반영했는 진 몰라도 부천시 공무원이 무능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시장 혼자 생각으로는 설령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라도 자기 부하 공무원들을 그렇게 공개리에 깎아내리는 처신은 심히 적절치 않다.

공조직의 수장이 비선을 통한 공조직의 무력화로 잘된 예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부천시의 자치행정을 더 두고 봐야겠지만 우려되는 바가 크다. 자치단체장 직선 이후 두드러진 ‘민선독재’의 폐습에서 예외가 될 것인지 여부가 앞으로 주목된다. 가치관의 전도에도 이를 알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두렵기까지 한다. 조속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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