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 수난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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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 난도와 인근 바위섬(일명 여화사리)엔 괭이갈매기가 수천마리 서식한다. 몸길이 45㎝가량의 괭이갈매기는 곡우(穀雨)인 4월 20일을 전후해 보통 4~5개의 알을 낳는다. 태안군은 1982년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난도와 바위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후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시켜 왔다. 또 괭이갈매기 알을 무단으로 갖고 나오지 말도록 했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했는데 요즘 난도와 바위섬에 ‘밤손님’ 침입이 잦다고 한다. 괭이갈매기 알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괭이갈매기 알은 달걀 등 일반 조류의 알과 성분이 비슷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만 높아질 뿐이란다. 괭이갈매기 알은 시중에서 한 개당 2천원 이상의 가격으로 매매된다. 태안경찰서가 알을 훔쳐오는 사람들을 붙잡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지만 밀반출 행위가 여전히 극성을 부린단다. 정력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괭이갈매기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만일 하루살이나 모기, 파리를 정력에 좋다고 하면 모두 잡아 먹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김포와 북한 개풍군 사이에 있는 작은 섬 유도(留島)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해마다 4~7월까지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던 저어새 무리가 대거 관찰됐었는데, 작년 봄부터 2년째 새끼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 어미들의 산란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유도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강 하구에 위치해 있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탓이다. 유도는 1996년 폭우로 북한에서 떠내려온 소가 3개월 동안 갇혀 있던 바로 그 섬이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에 ‘유도 상륙’을 통보한 뒤 소를 구출했었다.

당국은 저어새의 이상징후를 천적의 침입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너구리나 들고양이 같은 동물이 홍수에 떠내려와 저어새의 알들을 마구 잡아 먹었다는 얘기다. 아니면 수 년 전 부터 잦아진 큰 물로 인해 저어새 알들이 한강으로 떠내려가면서 번식에 실패했을 것 같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호다. 세계적으로 1천800마리 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희귀종으로 유도가 최대 번식지다. 저어새가 갑작스레 번식 못하는 이유가 괭이갈매기 알을 훔쳐 내는 인간들의 탓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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