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직자들의 품위 없는 언행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7월 호남인 비하 발언이 문제돼 한나라당을 자진 탈당했던 이효선 광명시장이 이번엔 흑인을 비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와 워싱턴협의회 소속 회원 24명이 참석한 공식 오찬에서 “워싱턴에 갔었는데 깜둥이들이 우글우글하더라. 무서워서 저녁에는 호텔에서 나오지도 못했는데 그 무서운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시장이 “흑인들이 무섭다고 말한 적은 있으나 검둥이라고 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동석한 박준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장이 허언을 했을 린 없겠다. 미국에서 흑인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워싱턴협의회 일부 회원들이 “개인도 아닌 시장의 발언으로는 지나치다”며 오찬 도중 자리를 뜨는 등 반발이 컸다고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석호익 원장의 발언도 대단하다. 16일 오전 서울 롯데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회’에서 ‘우리나라 IT 현황 및 2007년 전망과 당면 과제’란 주제로 강연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며 “여성은 ‘○○’이 하나 더 있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 석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것으로 전달됐다는데 해명이 없을 리 없다. “여성의 우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며 비하나 폄훼할 의도는 절대 없었다”고 한다. IT에 대한 강연 중 여성 얘긴 왜 나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발언도 수준급이다. 15일 여주 효종대왕릉(사적 195호)에서 숭모제를 지낸 뒤 왕릉 재실 앞마당에서 지역 국회의원, 여주군수, 여주군의회의장 등 30여명과 가스통과 전자레인지 등 취사도구를 이용해 음식을 먹은 게 문제가 되자 “음식을 재실에서 해먹지, 어디서 먹겠느냐”고 반문했단다. 문화유적 500m 이내에선 취사행위를 금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을 어긴 걸 모르는지, 왕릉 ‘관람규칙’ 첫번째가 ‘음식물 및 애완견의 반입금지’임을 잊었는지 “개인적으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단다. 물의를 빚었으면 어쨌든 “죄송합니다”하고 사과 한 두번 하면 끝날 것을 대다수가 끝까지 잘했다고 우긴다. 특출난 존재들도 아니면서 입조심, 말조심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고위 공직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 사회가 잘 될리 없다.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