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와 시·도의원

관공서에서 연중 갖는 일상행사나 특별행사가 많다. 행사에는 으레 초청장이 발부된다. 그런데 행사 성격에 따른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보다는 행사장에서 득실거리며 행세하는 것은 시·도의원들이다. 물론 시·도의원의 행사 참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 성격의 행사 같으면 참가하는 게 직무다. 그러나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람 많이 모이는 관공서 행사마다 기웃거리며 눈도장 찍는 것을 일삼는 시·도의원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시나 도에서 무슨 행사를 하면 으레 시의원이나 도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하는 모양이다. 안 보내면 또 ‘안 보냈다’는 원성을 듣기 때문인 것이다. 문제는 정작 보내야 할 해당 분야의 인사들에 대한 초청장은 빠뜨리기가 일쑤라는 사실이다.

사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록 초청장을 받지 못했어도 자신이 일하는 관심있는 분야의 행사여서 막상 찾아가면 푸대접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같다. 예컨대 내빈 소개를 해도 떼거리로 참석한 시·도의원들 소개하는데만 지루하도록 시간을 끌고, 관련 분야의 일반인 인사는 소개는 커녕 제대로 된 좌석마련도 되지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시·도의원이 우대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했다. 지방자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시·도의원을 벼슬로 보고 그러는 경향이 많다. 분화된 현대사회에선 분야마다의 전문가들이 구분돼 있다. 그리고 이같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벼슬을 갖지 않은 백두(白頭)다.

비록 백두이지만 벼슬하는 이들보다 더 많이 아는 분야의 행사에서 백안시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다원화사회의 기능이 존중되지 못하고, 획일적인 벼슬 지상의 인식이 팽대해가는 것은 지역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행사 주최측 눈에 시·도의원만 보이고 백두의 유관 인사는 보이지 않는 색맹이 되어서는 행사의 성격을 제대로 살린다고 할 수 없다.

결국 푸대접 받고 돌아선 인사들이 원망하는 것은 시장·군수나 도지사다. 시장·군수나 도지사가 초청장 발부를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장 책임으로 돌아가 욕을 얻어먹게 된다. 단체장은 이런 낭패가 없도록 행사 관리를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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