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생태계에 큰 이로움을 주는 곤충이다. 1983년 미국 곤충학자 레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꿀벌의 화분 매개에 의한 효과는 과실 생산 33억 달러, 종자와 건초 생산 84억 달러, 육류와 우유 등 낙농제품의 간접생산 71억 달러로 미국에서 얻어지는 전체 양봉산물 1억3천만 달러의 143배에 이르렀다. 사과 딸기 호박 오이 등 우리가 먹는 작물의 90%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꿀벌 개체수가 지구 온난화로 급감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카시나무의 ‘황화현상’이 심해져 더욱 타격이 크다.
기온 상승 등으로 아카시나무가 환경 스트레스를 받아 나뭇잎이 여름에도 누렇게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현상으로 꽃 하나당 꿀 생산량이 현격히 감소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아카시나무 황화피해 원인 규명’ 보고서를 보면 1996~2005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3.76도로 1960년대(1961~1970) 12.74도에 비해 1도 가량 상승했다. 온난화 현상으로 봄·가을이 실종되고 강우량이 부족해지는 등 이상 기온 현상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꿀 생산량은 1만9천654t으로 2003년 3만353t에 비해 35% 이상 감소했다. 현재 국내 벌통 수는 200만여개로 포화상태다. IMF 사태 이후 너도 나도 양봉업에 뛰어든 결과다.
하지만 올해 20~30%의 양봉농가들이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5년 내 70% 정도가 양봉에서 손을 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도 꿀벌 감소의 주범이다. 과수농가들이 개화기에 과일을 솎아내는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많이 사용하고 이로 인해 벌들이 떼죽음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매년 전체 벌통의 15% 정도가 농약 피해를 보고 있으며 수년 내 꿀벌이 50% 정도 감소하는 환경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꿀벌이 일정 수 아래로 내려가면 목초 생산이 줄고 육류와 우유 생산도 큰폭으로 감소한다. 최선책은 적정한 꿀벌 수를 유지해나가는 것이지만 정부는 아직 우리나라 생태계에 필요한 최소 꿀벌 수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꿀벌들이 살 곳이 없어진다? 환경재앙, 서둘러 막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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