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재는 불가에서 죽은 혼령을 극락 세계로 가게 하는 의식이다. 돼지 천도재가 있었다. 엊그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사지가 찢겨죽은 아기돼지의 넋을 위로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 50여명이 이같은 행사를 가졌다. 며칠전 이천시 군부대 이전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같은 장소에서 벌인 반대 시위 도중에 돌출한 돼지새끼 능지처참으로 죽은 혼령을 위로한 것이다.
식물에는 생혼(生魂)만이 있고, 동물엔 생혼에 각혼(覺魂)이 더 있고, 인간은 생혼과 각혼에다가 영혼(靈魂)이 더 있다고 한다. 천도재, 즉 위령재는 영혼을 위한 것이다. 동물에는 영혼이 없다. 비록 영혼은 없지만 윤회설에 의해 천도재를 지낸 것 같다. 하긴, 도축장에서 해마다 한 차례씩 죽은 소, 돼지의 위령제를 지내는 곳이 있다. 중생이 업(業)에 따라 영혼과 육체가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돌아 번갈아 가며 생사를 반복한다는 것이 윤회설이다.
돼지야 삼겹살을 수시로 구워먹는 것이 죽은 돼지고기다.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잡아먹기 위해 기르는 것이 가축이다. 가축은 도살되는 게 숙명이다. 그 돼지새끼도 역시 같다. 다만 장합(場合)이 달랐던 것이다. 인간이 먹기위해 죽인 것도 아니고, 다 크지도 않은 돼지새끼를 죽이는 방법이 정상이 아닌 것이다. 재를 올린 동물애호가들도 삼겹살을 먹겠지만 그들이 다르게 본 연유가 이에 있다.
돼지새낄 그렇게 죽인 사람들도 이유는 아주 없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결연한 의지 표현의 심정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렇긴 하나, 안타까운 것은 돼지새끼가 무슨 죄냐는 것이다. 공개리에 행한 과격성이 또 보기에 영 안 좋았던 것이다. 강력한 호소력을 보이기 위한 것이 그만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됐다.
이천시 인터넷 홈페이지는 컴퓨터가 다운될 정도로 비난이 빗발쳤다. ‘비상대책위’측에서도 이미 정중한 사과를 했다. 동물애호가들의 천도재도 있었다. 이제 이만하면 됐지않나 싶다. 인간이 실수를 인정하면 용서할 줄도 아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동물사랑은 좋지만 인간을 증오해가며, 인간애를 거부할 만큼 우선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윤회설대로라면 그 아기돼지는 좋은 다음의 환생이 있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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