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은 의학적으로는 병증이다. 기억력이 장애를 받아 어떤 순간에 경험을 되살리지 못하는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말하려는 사물의 용도나 형태는 알고 있으면서, 그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런데 행위 직전의 기억을 깜박 까먹는 건망증도 있다.
이런 경우가 있다. 친지의 체험담을 들은 실화다. 은행 현금지급기를 통해 돈을 입금시키려고 하는데, 입을 벌린 입출구에서 돈뭉치가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짐작컨대 족히 50만원은 돼보였다는 것이다. 순간 ‘?!’ 갑자기 가슴이 콩닥 콩닥하며 뛰었다고 한다. 누구의 돈인지 몰라 찾아 줄 수도 없고, 섣불리 누구 돈이냐고 주위에 물으면 주인도 아니면서 내 것이라고 나설 수 있어 이도저도 못해 어쩔 줄을 몰랐다는 것이다.
‘에라, 차라리 내가 차지해 버릴까?’ ‘꺼내어 은행에 맡겨도 주인을 찾을지 못찾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잖아! 이건 내돈이야!!’하고 작심을 하는데도 정작 손은 가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데 뒷손님이 있어 현금지급기를 조작하는 것처럼 시늉만 내고 있던차에 한 손님이 숨을 헐레벌떡거리며 들어서더라는 것이다.
“아휴! 돈이 그대로 있네!!” 그 손님은 슬쩍 꺼내가지 않은 것을 고맙게 여기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당자는 막상 자신에게도 부끄러웠고 뒷손님에게도 괜히 부끄러웠다면서 “내 살다보니 별 경험을 다 했다”며 홍소를 터뜨리는 것이다. 한데, 돈을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주인이 헐레벌떡거리며 뛰어오기까지는 몇초 상관인데도 무척 길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지지대子의 즉석 논평은 이러했다. “그야말로 당신은 인간적인 양심을 지녔다” “만약 순간이나마 돈에 현혹된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면 인간이랄 수가 없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같은 인간적 갈등이 주인을 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돈을 놔둔 채 간 손님은 현금지급기에서 카드만 챙기고 돈을 꺼낸 좀 전의 일은 깜박 잊었던 것이다. 즉 행위 직전의 일을 잊는 건망증이 있었던 것이다. 지지대子는 돈은 챙기면서 카드를 놔둔 경험이 있는데, 누군가가 창구에 맡겨두길 바랐던 카드를 찾진 못했다. 참고로 말하면 앞서 밝힌 사례의 경우, 돈을 창구에 맡기면 은행에서 컴퓨터 추적으로 주인을 찾아 줄 수 있다. 그러니까 욕심을 행동에 옮기면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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