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치부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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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와 감독과의 관계는 사제나 선후배, 형제에 비견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각종 스포츠계는 지장·덕장·용장으로 존칭되는 감독들의 지도를 받아 불세출의 선수로 우뚝 선 사례가 많다. 반면 일부 감독들의 비리가 드러나 스포츠계의 명예를 더럽힌 일도 적지 않다.

최근 밝혀진 일부 감독들의 ‘일탈 행위’도 잊을만 하면 도지는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치부다. “감독의 말은 지상명령이다. 선수생활을 계속하려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불문율, 아니 족쇄나 다를 바 없다.” 여자프로농구 P모 전 감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한 선수의 말은 국민에게 또 실망을 던져 줬다.

스포츠 현장에서 감독과 선수 사이의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수직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팀워크를 중시하는 선수단에서의 기강 확립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같은 관계를 악용하는 데 ‘사건’과 ‘사고’가 있어 왔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프로선수는 감독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연봉 삭감과 방출로도 이어진다. 감독의 권한은 그만큼 막강하다.

그렇다고 외국 전지훈련 도중 감독이 자신의 호텔 방에서 선수 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관계를 가지려고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모 감독이 한팀에서만 19년 있었고, 피해 선수가 신인급인 점을 고려하면 성추행을 당한 선수는 더 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훈련 중 여자 선수들을 야단칠 때 가슴을 꼬집는 감독도 있다니 저간의 추행 실상이 능히 짐작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부 스포츠 감독의 선수 추행, 금품 갈취, 폭행 등 일탈 행위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 기업 유도부 선수들은 전 감독 L모씨에게 5년간 2억2천만원을 빼앗겼는가 하면, 일부 학교의 경우 운동부 감독들이 회식비, 전지훈련비 등 명목으로 학부모한테서 금품을 뜯어낸다는 사실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포츠계의 음성적 비리는 “감독과 선수는 주종관계나 다름 없어 반항은 엄두도 못낸다”는 내부 사정 탓도 작용하지만, 근본원인은 감독의 인격적인 자질 부족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이 ‘선수고충 상담전화’를 개설했지만, 전체 감독들이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다. 물론 선수들의 적극 대응도 필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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