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없는 말들

언어학(philology)은 언어의 음운, 문자, 문법, 어휘 등에 관하여 역사 및 지리적 형태를 밝혀 계통을 세우는 학문이다.

언어학은 이래서 말은 지역마다 갖는 시대적 생활수단이라고 정의한다. 세계 여러 나라, 인종마다 말이 다른 이유는 지역적 생활 특성이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지역, 같은 인종일 지라도 시대에 따라 말이 또 다르다. 고어와 현대어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말을 예로 들면 고시조 초장에 나오는 것으로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란 글귀가 있다. 문제는 ‘우지진다’는 대목이다. 현대적 해석을 하자면 ‘우지지는구나!’하는 감탄조로 보겠지만 그게 아니다. ‘우지지 않느냐?’는 반문조가 정답이다. 고어는 ‘ㄴ다’로 매듭짓는 말은 반문의 뜻을 나타낸다.

고어만도 아니다. 요즘은 시체말로 한 해가 다르게 세대 차이를 느낄만큼 변화가 빠르다. 문명의 발달은 생활의 변혁을 가져오고, 생활의 변혁은 생활수단인 언어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가령 ‘댓글’이니 ‘악플’이니 하는 말은 컴퓨터가 없었던 예전엔 있을 수 없었던 단어다. 컴퓨터문화의 다양화는 이외에도 새로운 말을 많이 쏟아내고 있다.

시대생활의 변화는 또 신조어를 수반한다. ‘얼짱’ ‘몸짱’ 같은 게 이에 속한다. 미인(美人)의 관점도 달라져 미안(美顔)의 단순 개념보다는 복합 개념의 표현인 것이 ‘얼짱’이다. ‘몸짱’은 팔등신(八等身)의 인식이 아닌 에스(S)라인이 포인트다.

그런데 이런 새 단어나 신조어는 언어학자가 아닌 대중이 만들어 낸다. 현대사회의 대중에선 특히 젊은층이 많이 만들어내는 건, 시대상에 적응하는 감각적 순발력이 빠른 탓이다. 새 단어나 신조어가 유행을 타는 당초에는 기성사회의 저항을 받는다.

기성사회의 저항속에서도 유행어가 토착화되는 것은 시대생활의 흐름을 타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도태되는 새 단어나 신조어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행 과정에서 걸러져 현대어가 돼버린 말들이 적지 않다.

일상용어인 단어가 국어대사전에 없는 것은 용어가 잘못됐기 보다는 사전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최근 ‘아내와 여자친구’를 의미하는 ‘wag’(와그)등 수백개의 신조어를 증보한 영어대사전 개정판을 출판했다. 국어대사전의 새로운 수록을 검토하는 학계의 노력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