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류가 그랬지만 우리 민족은 특히 불과 인연이 깊다. 불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으며 집안 대대로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 불을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 갖가지 철제 농기구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힘 입어 농경문화도 발달했다. 오늘날 세계 제일의 철강소나 조선소를 보유한 것도 이 같은 기술이 축적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조상의 불을 다루는 솜씨는 음식문화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바로 ‘구이문화’다. 한국인은 구워 먹는 것을 유독 좋아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물론 마늘·김치·감자·두부까지도 이들과 함께 구워 먹는다. 오징어·주꾸미·(곰)장어·조개 등 해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구이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는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외국인 설문조사에서 김치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문화상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숯불구이는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음식문화다. 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양념에 저민 고기를 ‘직화(직접 불 기운이 닿음)’로 연기를 내며 구워 먹는 음식문화는 서양에도 없고 음식문화의 강국인 중국에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야키니쿠’라고 하는 양념 갈비구이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것은 불고기와는 달리 단맛을 내는 일본식 요리다.
불고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이문화의 상징이다.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외국인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특히 양념의 주재료가 되는 마늘과 된장까지 홍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얻는다. 불고기는 일반적으로 고구려 시대의 고기구이인 ‘맥적’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맥’이란 중국의 동북지방을 가리키는 말로 고구려를 지칭한다. ‘맥적’이란 꼬챙이에 끼워 미리 조미해둔 고기를 직화에 구운 것으로 석쇠가 나온 이래 지금의 불고기가 됐다고 한다. 중국의 고기요리는 전통적으로 미리 조미하지 않고 굽거나 삶아서 조미료에 무쳐 먹는 데 반해 ‘적’은 미리 조미하여 굽기 때문에 ‘장이 없다’는 뜻에서 ‘무장’이라고도 하였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구이문화를 선호하는 것은 고기 이외에 갖가지 맛있는 반찬이 딸려 나오고 특히 고기에 양념이 배어 있어 맛을 더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구이음식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한국식소스(양념장)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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