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사형제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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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패는 겉으로 많이 알려졌다. 1980년 이후 부패 공직자의 해외 도피가 줄을 이어 4천명을 넘는다. 1988년 이후 15년 간 약 1천914억 달러(약 178조원)가 해외로 빼돌려졌다. 최근 중국 베이징시 제1 중급인민법원이 뇌물을 받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시판을 승인해 준 장관급 관료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신화사통신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정샤오위 국장에게 뇌물수수와 직무태만 혐의로 사형을 선고하면서 “그는 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물론 인민의 생명과 건강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여파를 초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 전 국장은 가슴 성형 주사제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승인해주는 대가로 본인이나 가족이 649만 위안(약 7억9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1998년 국가식품약품감독국 출범 당시 초대 국장을 맡았던 그는 2005년 수뢰 혐의가 드러나 면직됐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정부가 모든 약품에 대해 국가식품약품감독국의 승인을 받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정 전 국장이 검사도 하지 않고 승인해 준 항생제를 먹고 환자 10명이 숨지는 등 불량 식품과 의약품을 먹거나 복용한 환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었다.

중국에선 지난해 허베이(河北)성 대외무역경제협력청 부청장이었던 리유찬이 4천744만 위안(약 5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형당했다. 2000년에는 광시(廣西) 좡주(壯族)자치구 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을 지낸 청커제가 4천109만 위안(약 48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사형이 집행됐다.

일본에선 마쓰오카 도시카스 농림수산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선 의원인 마쓰오카는 임대료가 없는 의원회관을 사용하면서 사무실 광열비와 수도료 명목으로 거액을 청구한 사실이 밝혀져 올 초 부터 비리 추문에 시달려 왔다. “내 부덕의 소치다. 내 목숨으로 책임과 사과를 대신하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중국과 일본의 부패 공직자가 걷는 말로(末路)를 보면 일단 ‘부인’부터 하고 보는 한국의 부패 공직자는 너무 뻔뻔하다. 중국처럼 한국에도 부패 공직자에 대한 사형제도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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