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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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藥水)는 화학성분이 함유된 기준으로 보통 물과 구분된다. 수온(水溫)의 고저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온천(溫泉)이 포함될 수도 있으나 보통 약수라 하면 냉천(冷泉)을 말한다. 약수에 녹아 있는 광물로는 칼슘·칼륨·라듐·황산염·규산·나트륨·마그네슘·철분 등이 있다.

약수터의 약물은 대부분 그대로 마시지만 곳에 따라서는 닭·오리· 꿩이나 멧돼지·노루 또는 약초·산초등을 넣어 탕으로 만들어 먹는다. 올갱이(다슬기)·새우· 뱀 등을 약용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의 달기약수는 닭을 삶아서 국물을 마시면 효험이 크다는 데에서 ‘달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설악산의 오색약수는 조선시대 중엽, 오색선사가 발견했다는데 샘물이 불교와 관계되는 오색을 나타내는 약수라 하여 ‘오색’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약수터엔 약수의 영험을 높이기 위한 선전으로 신선·선녀·용·거북·두꺼비 등의 동물, 꿈에 연유하는 암시, 불교 등에 관련지어 약수터의 개설·효험·약효· 인과 등을 미화 과장한 경향이 있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많은 환자가 모이는 걸 막기 위하여 약수터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한 사람이 약수터에 접근하면 큰 구렁이가 나타나서 해를 입게 된다”는 따위의 전설적인 설화를 유포시키는 예도 많았다.

약수는 보통 소화불량·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설(說)이 가장 많으며, 피부병·신경통·안질·빈혈증·만성부인병 등에 약효가 있다고 전해 왔다. 심지어 약수를 많이 마시면 두뇌가 명석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엔 전국적으로 약수터가 많기로 유명하다. 서울엔 약수동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정도의 장충단약수터가 있고 경기도엔 무려 500 곳에 이른다. 그 중 수원 광교산의 천년수약수터 백년수약수터 등은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강원도의 개인·남천·방동·갈천·낙가·삼내·삼봉·오색·추곡약수터, 충청북도의 명암·초정·부강약수터, 경상북도의 달기·오전·도동약수터, 경상남도의 영산·화개약수터 등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생명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던 약수의 수질이 나빠지는 곳이 있다고 한다. 산심(山心)에서 솟아나오는 약수마저 오염되다니, 지구를 더럽히는 인간들의 잘못이 많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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