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변전소

북녘 개성공단에 남쪽 전기가 처음 들어간 것은 2005년 3월11일 가졌던 시험 송전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본격 송전이 시작됐다. 1948년 5월 북이 일방적으로 대남 송전을 단전한 지 57년만에 그때와는 반대로 대북 송전으로 남북 간에 전기가 연결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산변전소의 전력을 북측이 세운 전신주를 통해 1만5천㎾ 범위에서만 공급하는 배전방식이었다. 그런데 송전계통으로부터 고전압으로 받은 전력을 저전압으로 떨어뜨려 재배전하는 종전의 배전계통에서, 발전소로부터 높은 전압으로 수요지 부근의 변전소로 직접 전류를 보내는 송전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지난 21일 군사분계선 넘어 북녘에서 준공을 본 평화변전소다.

지난해 4월 350억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한 평화변전소는 문산변전소에서 개성공단까지 16㎞ 구간에 48기의 철탑과 154㎸급 송전선로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두고 59년만의 남북 송전선로 연결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니까 59년전, 북이 일방적으로 남쪽에 보내온 전기를 끊었을 당시 한반도 전체 발전량의 95.6%를 차지한 북의 전기에 의존했던 남쪽은 한마디로 암흑이었다. 4.4%의 발전량밖에 갖지 못했던 남쪽의 모든 산업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가정 전등은 고급관리 집에만 전기를 보내어 ‘특선’이라고 했는데 이도 시간이 제한 됐었다.

이로부터 반세기도 더한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지금의 남북 간 발전량은 남쪽은 3천324억㎾h 인데 비해 북녘은 고작 196억㎾h에 머물고 있다. 북의 발전량은 남의 6%에 불과하여 북으로부터 전기를 끊겼을 당시의 남쪽 사정과 비슷한 실정이다.

북의 만성적 에너지난은 심각하다. 일제시대 지은 수력발전소, 옛 소련 등의 지원으로 건설한 화력발전소가 낡아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한다. 공장기업소 가동률이 25%인 것 역시 전력난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을 다녀왔다. “밤 거리가 어둡다”는 게 평양을 다녀온 이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오늘은 온 국토를 시산혈하(屍山血河)로 물들인 6·25 한국전쟁 발발 57주년이 되는 날이다. 동족상잔의 이런 비극은 이제 없어야 한다. 평화변전소가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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