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원프리

텔레비전 방송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이라크 귀환 장병들의 극적인 가족 재회에 방청객들의 뜨거운 기립 박수가 터졌다.

국내 방송이 아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한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이다. 윈프리는 흑인 여성으로는 드물게 미국 사회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토크쇼의 명사회자다. 스튜디오에 나온 미군은 해병2사단 경기갑부대 장병 100여명이다. 이들은 이라크 전선에서 7개월동안 복무하고 교체된 병력으로 귀국 직전 출연 섭외를 받아 집에 가는 것도 미룬 채 스튜디오에 나온 것이다.

장병들 저마다 방송제작팀이 미리 연락해서 온 부모·형제자매·아내 아들 딸·약혼자 애인 등 가족들과 포옹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정경이 여간 드라마틱한 게 아니다.

그런가 하면 중상을 입어 본국으로 후송됐던 전우들이 거의 치료된 모습으로 반갑게 나타나 못다한 전우애를 나누기도 하고, 전사한 전우들을 추념하기도 했다. 이들 부대에서 함께 떠나 돌아오지 못한 장병은 33명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이 생방송은 토크쇼의 새로운 장르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텔레비전 방송에도 많은 토크쇼가 있다. 그 많은 토크쇼 중엔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담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오락 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미국 텔레비전 방송도 시시콜콜한 토크쇼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항상 참신성을 향해 도전한다.

윈프리의 이라크 장병들 깜짝 출연은 특별한 경우다. 원래는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얘기를 주로 다룬다. 국내 텔레비전 방송의 토크쇼에도 괜찮은게 더러 있다. 그런데 진행에 탄력성이 떨어져 분위기가 엿가락처럼 처지는 흠이 있다. 윈프리의 특기는 탄력성있는 진행이다. 시청자가 흥미를 상실할 틈을 주지않을 정도로 프로그램을 밀도 높게 끌고 나간다. 시청자가 중간에 채널을 돌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은 진행자의 능력이다. 방송 진행상의 약속, 즉 콘티도 좋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이 사회 능력이다.

“이라크 전쟁을 찬성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국민이 우리 미국 장병을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라크 장병출연 개막 직전에 가진 윈프리의 멘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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