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질이나 밀고는 원래 좋은 게 못된다. 고자질이나 밀고를 잘하는 사람은 성격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다. 거짓 고자질도 있다. 또 고자질, 밀고로 득을 본 사람도 종내엔 고자질이나 밀고를 한 사람의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다.
시민정신이란 게 있다. 사회생활이나 사회공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응징을 발현하는 마음가짐이다. 아울러 시민정신을 발현하는 것 중의 하나로 관계 당국에 대한 신고가 있다. 그런데 신고도 따지고 보면 고자질이나 밀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자질, 밀고는 개인의 이익생활을 탐닉하는데 반해 시민정신은 공익생활을 추구하는데 있어 차이가 구별된다. 고자질, 밀고는 공익은 외면되는데 비해 시민정신은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고소, 고발은 드러내는 점에서, 뒤에 숨어서 하는 고자질이나 밀고와는 다르지만 이 역시 개인의 이해관계를 위주로 하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고소, 고발을 잘하는 사람치고 또한 성격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 드물다. 고소, 고발은 잘 하면서도 시민정신은 결핍된 사람이 많다.
언제부턴지 정치권이 고소, 고발을 잘 하는 풍조가 생겨 걸핏하면 고소, 고발을 일삼는다. 정치적인 언행을 정치적으로 해결 못해 사정기관을 끌어들이고 사법기관까지 가는 것은 정치권의 정치력 빈곤이다. 법률적 대응보단 정치적 대응이 본질적 역량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이 고소, 고발을 즐긴 자충수에 걸려 재앙을 자초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 예비후보의 경선이 탈선, 부동산 의혹 등 갖가지 고소, 고발을 서로 벌인 것이 검찰수사를 불러들여 당내 일에 검찰의 검증을 받게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에 당 지도부는 고소, 고발 취하를 요청하고 이·박 캠프에선 취하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래서 후회하고 있지만 이젠 늦었다.
이·박 캠프에서 고소, 고발을 취하하면 물론 명예훼손 같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것은 기소를 못해도 다른 혐의 부분은 인지사건으로 다루어 기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검찰은 취하 여부에 상관없이 수사를 강행할 태세인 것이다.
명색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 그리고 제일 야당이란 사람들의 분별력이 이토록 저급한 게 실로 한심하다. 고소, 고발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고소, 고발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은 고소, 고발로 망하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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