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연꽃…비움의 美學

오혜련 아크릴 첫 개인전 수원미술전시관 16일까지

미술작가에게 개인전은 자신의 작품을 고스란히 선보이는 자리다. 가까운 지인들이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평자들의 따가운 눈길도 감내해야 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작가의 손을 떠나면 다른 누구와 공유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지난해 수채화에서

아크릴로 재료를 바꾼 작가 오혜련(50·여·수원 권선동)

은 또 다른 시도를 통해 관람객들과의 교감에 나섰다.

첫 개인전(지난해 단성갤러리)에서 선보였던 연꽃과 연잎은 색동과 어우러져 묘한 신비감마저 불러일으켰다. 바탕 전면에 색동을 칠하고, 그 위에 연꽃을 그려 넣었었다. 여기다 화면을 2~3개로 나누고 한쪽 배경을 단색으로 처리한 후 연꽃이나 연밥을 따로 담았다.

10일부터 16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1층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도 연꽃이 등장한다. 1년 새 그는 어떤 모습의 연꽃을 선보일까. 짧은 시간이다. 같은 소재와 같은 패턴의 작품은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분주한 오 작가에게 그런 염려는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이전 작업이 사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고, 선과 면으로 색동을 강조했다.

“올해는 무척 바쁘게 지냈어요 홍익대 대학원 졸업 청구전을 열었고, 최근에는 논문을 끝냈죠. 그리고 바로 개인전을 준비했어요.”

헌 옷을 기우면서도 색감을 유지했던 게 색동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기웠던 색동저고리는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다.

하얀 새벽을 맞으며 개인전을 준비했다는 오 작가는 연꽃을 흰 여백으로 처리했다. 비움의 논리다. 가득 채우는 충만함보다 없어서 더 채울 수 있는 게 그를 자극한 게 아닐까.

‘비상’이란 시리즈에 등장하는 세로의 줄무늬는 나뭇결이나 길게 늘어트린 실타래 같다. 수직으로 땅과 하늘을 잇는 듯하고, 연꽃의 향이 넓리 퍼지는 통로인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오혜련 작가의 변화무쌍한 변신이 기대된다. 어디에 정착하려 하지 않는 노마드(Nomad) 기질이 다음엔 어떤 작업으로 표현될까.

문의(031)228-364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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